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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폐천(以掌蔽天)’, 국가식품클러스터

청사진 가위질 논란에 이어 분양면적 가위질로 분양률 뻥튀기 의혹

▲2019년 2월 14일 국가식품클러스터 내 수만㎡에 달하는 기업입주예정부지에 작물재배 흔적이 남아있다. / 사진=김성욱기자
국가식품클러스터에 대한 의혹이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관련 부서의 치적홍보 자료와 다른 현장의 모습은 물론, 해당 자료의 수치를 신뢰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이용률이 저조한 외국기업 입주 예정부지의 존치 실효성과 국가식품클러스터의 분양률 조작의혹에 대한 해명도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7일 '분양률 조작 의혹에 휩싸인 국가식품클러스터'기사를 작성한 이후에도 관련 취재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기사에서도 언급했듯 정부가 국가식품클러스터 산업단지 내 외국기업 입주예정부지로 지정한 32만3,000㎡(32필지)규모의 ‘글로벌식품존’은 파격적인 분양조건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4년 분양개시 이후 현재까지 외국기업 단 1곳 유치에 그쳤다.

글로벌식품존 면적대비 분양률은 한자리수인 7%대에 불과했다.

때문에 표류하고 있는 글로벌식품존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부의 해명은 궁색했다.

정부관계자는 “외투지역 지정 심의 당시 외국기업 수요 예측이 빗나간 것 같다”면서도 “외국기업 유치가 잘 안 되고 있는 점은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여건을 갖춘 상태에서 외국기업을 유치해야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외투지역 해제나 용도변경을 검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장기간 해당부지의 이용률이 저조하다면 분양률 제고와 산업단지 활성화를 위해 토지이용계획 변경 또는 용도변경 검토 등 적극적이고 유연한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취재과정에서 LH관계자는 “정부에서 외국인투자유치를 빌미로 글로벌식품존 부지에 대한 분양공고도 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부지완공직후부터 1년이 넘는 지금까지 정부계획의 변경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묵살 당했다”며 정부의 눈치를 봐야하는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LH의 입장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관계자는 “정부는 LH에서 분양을 못하게 막은 적이 없는데 왜 그런 답변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LH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고 오히려 반문했다.

방치논란에 대해서는 “2014년 분양 당시부터 글로벌식품존에 대해 계속 검토 중이다”라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엇박자 정책에 더해, 정부 스스로 수천억원의 혈세가 투입된 국책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또 다른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는 셈이다.

답보 상태에 놓인 글로벌식품존을 존치할 명분도 없고 마땅한 해법 마련도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의 안이한 대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부가 발표한 국가식품클러스터의 분양률 조작의혹이 더해지면서 사업자체에 대한 신뢰도마저 무너지고 있다.

지난달 3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밝힌 국가식품클러스터의 분양률 42.4%는 전체분양면적에서 글로벌식품존면적(전체분양면적의 약22%)을 제외한 수치였다.

분양률이 저조한 글로벌식품존을 제외해 전체 분양면적을 줄이는 꼼수를 부린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앞서 ‘글로벌식품존에 대해 정부정책을 이유로 LH의 분양을 막지 않았다’는 정부관계자의 해명과 ‘정부와 LH는 국가식품클러스터 조성사업협약 시, 준공 후 3년 이내 글로벌식품존을 포함한 분양률이 50%에 못 미칠 경우 미분양 물량의 1/2을 정부 또는 지자체가 인수하기로 했다’는 LH관계자의 설명에 비추어 글로벌식품존 면적이 분양률 산정에서 누락된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

심지어, 전체분양면적에서 글로벌식품존 면적을 제외한 분양률을 제시하면서, ‘분양기업수(69개사)’에는 글로벌식품존에 입주한 외국기업을 슬며시 끼워 넣기도 했다.

결론은 글로벌식품존을 포함한 면적을 놓고 보면 분양률은 34.6%에 불과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발표한 분양률에서 글로벌식품존 부지면적이 누락된 이유가 석연치 않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도 부족해 보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어 “이는 결국 사업부실을 덮기 위해 의도한 것으로 읽힐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2019년 2월 14일 적막함만 감돌고 있는 국가식품클러스터 / 사진=김성욱기자
지난 14일 정부(농림축산식품부)는 글로벌식품존의 방치논란에 대해 “글로벌식품존의 외자유치는 사드문제, 국내외 경기부진 등으로 인해 현재 유치실적이 미진하고, 향후 수요 등도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을 예상될 경우 이전에 설정한 글로벌식품존의 일부를 탄력적으로 조정(일반분양 전환 등)하는 방안도 검토 할 계획”이라는 공식입장을 전달해 왔다.

분양률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정부는 국가식품클러스터를 ‘글로벌식품 시장의 신중심’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국내기업대상의 부지분양 외에 관계기관 등의 협의를 거쳐 별도의 글로벌식품존을 설정(2012년)해 분양이 아닌 장기임대를 통한 해외기업 유치를 추진해 오고 있다”며 “국내 기업보다 유치가 사실상 더 어려운 해외기업유치를 위해서 기업의 목돈의 들어가는 부지분양 형식이 아닌 부지분양대금의 일정비율만 보증금과 임대료를 장기로 내는 방식으로 글로벌식품존을 운영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따라서, 일반분양(매각)과 장기임대로 구분하고 있으며 이번 분양률실적에 임대부지인 글로벌식품존 면적은 제외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여전히 전문가들은 정부 발표의 신뢰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

만약 정부가 지금의 분양률을 고수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질 것이고, 분양률을 수정한다면 신뢰도에 타격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부 정책은 신뢰를 바탕으로 합리적이어야 한다.

취재과정에서 한 담당 공무원이 언급한 내용을 싣자면 "잘못된 기사 내용이 있다면 언론중재위에 이의 제기하고 기사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윽박질렀다.

그러나 아직까지 해당 공무원은 기사내용에 대해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고 있다.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법부나 언론중재위원회를 언급하기 이전에 사업에 대한 의혹을 풀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성공 여부 평가는 미사여구가 가득한 자화자찬식 보도자료가 아닌 '국민과 기업들의 몫'임을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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