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타파인) 이상선 기자 = 제10대 남원시의회를 취재하다 보면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최초’다.
남원시의회 개원 이후 첫 여성 의장이 탄생했다. 남원시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 교섭단체도 출범했다.
그런데 제10대 남원시의회를 바라보는 지역사회에서는 또 다른 의미의 ‘최초’라는 말이 나온다.
“좋은 최초만 많은 의회가 맞느냐”는 불편한 질문
당선자와 의원들을 둘러싼 전력과 지역사회 논란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시민들의 우려를 단순한 정치적 흠집 내기로만 넘기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물론 이혼 경력같은 문제는 철저한 개인사다.
결혼과 이혼은 개인의 삶이고 정치인의 공적 능력이나 도덕성을 평가하는 잣대가 돼서는 안 된다.
(이번 당선자들을 보면) 그 정도 이야기는 웃고 넘어가도 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공무원을 상대로 한 이른바 ‘갑질’ 논란. 음주운전 전력.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불법 선거운동 논란. 대출 과정의 적정성을 둘러싼 의혹. 이웃 주민의 부동산 경매를 둘러싸고 지역사회에서 제기된 논란. 여기에 선거법위반 혐의와 관련해 수사나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까지.
물론 각각의 사안은 사실관계와 법적 판단 단계가 다르다. 확정판결이 난 전과와 단순 의혹은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수사 중인 사건은 유죄가 확정된 범죄로 단정해서도 안 된다.
지역사회에서 제기된 주장역시 당사자의 반론과 객관적 자료 확인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질문까지 멈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방의원이라면 더 엄격하게 질문받아야 한다.
시민의 세금을 심사한다. 공무원의 행정을 감시한다. 집행부의 위법과 부당한 행위를 지적한다.
윤리특별위원회를 운영하고 다른 공직자의 도덕성을 따진다.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지난 전력과 현재 진행중인 논란 앞에서는 침묵한다면 시민들은 묻게 된다.
“당신들은 과연 누구를 심판할 자격으로 그 자리에 앉아 있는가.”
■ 이혼은 개인사다…그러나 음주운전과 불법은 개인사로 숨을 수 없다
정치인의 사생활과 공적 검증은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
이혼했다고 정치할 자격이 없는 것이 아니다. 가족사가 복잡하다고 의정활동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언론 역시 정치인의 개인사를 선정적으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음주운전은 다르다. 공무원 갑질 논란도 다르다. 선거법 위반 문제도 다르다. 금융과 대출 과정에서 위법성 의혹이 제기됐다면 그것역시 확인해야 한다.
지역 주민의 재산과 생존권이 얽힌 경매 과정에서 지방의원의 이름이 논란의 중심에 등장했다면 시민을 대신해 사실관계를 들여다보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개인사는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공적 책임과 법 위반 문제까지 ‘과거 일’이라는 이름으로 덮을 수는 없다.
더욱이 현재 진행형인 수사나 재판이 있다면 그 결과 역시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알려져야 한다.
무죄라면 무죄를 정확하게 보도해야 한다.
혐의없음이라면 그 결과 역시 분명하게 기록해야 한다. 반대로 위법 사실이 확인된다면 정치적 책임도 물어야 한다.
그것이 보도의 기본이다.
■ 유난히 많은 논란…정말 역대 의회와 다른가
타파인이 주목하는 지점은 바로 이것이다.
제10대 남원시의회를 둘러싼 전과와 논란이 실제 역대 의회보다 많은가.
단순한 시민 체감인지. 실제 숫자로도 확인되는 것인지.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역대 남원시의원과 제10대 의원들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개자료, 선거공보, 판결문, 수사기관 발표와 의회 회의록 등을 전수 비교할 필요가 있다.
전과 보유 의원은 몇 명인가. 공개된 전과는 모두 몇 건인가. 음주운전 전력은 몇 건인가. 선거법 관련 전력은 얼마나 되는가. 현재 수사 또는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은 무엇인가.
지역사회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이해충돌과 갑질논란은 사실관계가 어디까지 확인됐는가.
느낌으로 쓰지 않겠다. 숫자로 확인할 것이다. 그리고 당사자들에게 직접 묻겠다.
■ 모든 핵심 자리는 민주당…그런데 윤리 검증은 누가 하나
제10대 남원시의회는 전체 16석 가운데 민주당이 14석이다.
의장도 민주당이다. 부의장도 민주당이다. 운영위원장도 민주당이다. 자치행정위원장도 민주당이다. 경제농정위원장도 민주당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윤리특별위원장 역시 민주당이 맡았다. 여기에 남원시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당 교섭단체까지 출범했다.
여기서 시민들은 또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민주당 의원에게 문제가 생기면 누가 민주당 의원을 검증할 것인가.
같은 당 의원이 같은 당 의원을 윤리 심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같은 당 시장이 이끄는 집행부를 같은 당 절대다수 의원들이 감사해야 한다.
정치적으로는 합법적인 의석 구조다. 시민들이 선거를 통해 만든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합법과 견제는 다른 문제다. 권력이 한쪽으로 집중될수록 감시는 더욱 강해져야 한다.
■ 그래서 다시 묻는다…조국혁신당은 어디에 있나
이 지점에서 시민들의 시선은 조국혁신당으로 향한다. 단 한 석.
그러나 그 한 석은 장식품이 아니다.
민주당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 특별위원장, 교섭단체까지 사실상 의회 핵심구조를 장악하는 동안 조국혁신당은 무엇을 했는가.
공무원 갑질논란에 질문했는가. 공개된 음주운전 전력에 대해 공직자의 도덕성을 물었는가. 선거관련 논란에 입장을 냈는가. 이해충돌 우려가 제기된 인사와 보직 배치에 문제를 제기했는가. 진행중인 선거법 사건에 대해 최소한의 원칙이라도 밝혔는가.
시민들은 조국혁신당에 자리를 달라고 요구한 것이 아니다.
(조국혁신당에게) 입을 열라고 표를 줬다.
질문하라고 뽑았다. 감시하라고 한 석을 맡겼다.
그런데 끝내 침묵한다면 그 한 석은 민주당 14석을 견제하는 한 석이 아니라 사실상 침묵으로 다수당을 돕는 한 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기대는 우려로…우려는 이제 규탄으로
조국혁신당을 향했던 기대는 우려로 바뀌고 있다. 그리고 그 우려는 이제 규탄의 목소리로 번지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시민은 이렇게 말했다.
“견제하라고 표를 줬는데 끝내 침묵할 거라면 다음 선거에서는 표를 구걸하는 정당을 다시는 찍어줘서는 안 됩니다. 시민의 표는 권력을 감시하라는 명령이지 침묵하라는 면허증이 아닙니다.”
거친 말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 말을 가볍게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선거 때는 개혁을 말한다. 청렴을 말한다. 새 정치를 말했다. 시민 앞에서 허리를 숙이며 한 표를 부탁한다.
그러나 당선된 뒤 거대 여당의 독주 앞에서 침묵한다면 시민은 반드시 기억한다.
■ 타파인 시각…‘최초’의 엔딩까지 기록하겠다
첫 여성 의장. 첫 민주당 교섭단체. 민주당 14석의 압도적 의회. 갑질논란, 음주운전 전력, 선거관련 논란, 대출 의혹, 주민경매 논란, 현재 진행중인 선거법 사건을 둘러싼 문제 제기까지.
유난히 ‘최초’가 많다. 그리고 유난히 논란도 많다.
물론 제기된 모든 의혹이 사실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타파인이 관련 자료와 취재 내용을 하나씩 확인한 결과, 상당수 의혹은 단순한 소문으로 치부하기 어려울 만큼 사실관계에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당사자의 반론권 역시 철저하게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시민을 대신해 질문하는 일까지 멈출 이유는 없다. 오히려 더 물어야 한다.
누가 어떤 전과를 갖고 의회에 들어왔는가. 누가 어떤 논란 속에서 상임위원장과 특별위원장을 맡았는가. 현재 진행중인 사건은 어디까지 왔는가. 이해충돌 우려는 없는가. 윤리특별위원회는 제 식구를 제대로 심사할 수 있는가. 조국혁신당의 단 한 석은 정말 살아 있는가.
타파인은 이제 역대 남원시의회와 제10대 의회의 공개된 전과 기록을 비교하고, 의원별 공개 자료와 지역사회 논란을 하나씩 확인할 예정이다.
좋은 의미의 ‘최초’는 박수칠 것이다. 잘못 제기된 의혹은 바로잡을 것이다. 그러나 확인된 위법과 부당함은 끝까지 기록할 것이다.
유난히 ‘최초’가 많은 제10대 남원시의회.
그 화려한 최초 뒤에 숨은 뒷이야기는 과연 어떻게 엔딩될까.
시작은 이미 기록됐다.
이제 남은 것은 마지막 페이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