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타파인) 양은희 기자 = 정치는 말로 평가받지만, 사람의 진가는 위기의 순간 행동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천안시의회 김철환 의원이 차량 전복사고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차 안에 갇힌 시민을 구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김 의원 스스로 이 사실을 알린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구조받은 운전자의 가족이 은인을 찾기 위해 천안시의회 홈페이지에서 의원들의 얼굴을 일일이 확인한 끝에 김 의원을 찾아냈고, 지난 11일 자유게시판에 감사글을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기에 따뜻했다.
| 90도 기울어진 트럭…문조차 열리지 않았다
사고는 천안시 성환읍 성월리 3번지 주변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환9리 부영아파트 주민이라고 밝힌 글 작성자에 따르면 아버지는 마주오는 차량을 비켜주던 중 도로 옆 구렁에 트럭이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충격으로 차량은 옆으로 약 90도 기울었고 운전석 문을 열 수 없어 운전자가 차량 안에 갇혔다. 주변에는 즉각 도움을 줄 사람도 없었다. 특히 운전자는 당뇨가 있어 장시간 차량에 갇혀 있을 경우 건강상 위험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가족은 전했다.
바로 그때 현장을 지나던 사람이 김철환 의원이었다.
| 자전거 타고 지역 돌던 김철환 시의원
작성자에 따르면 당시 김 의원은 무더운 날씨에도 자전거를 타고 지역을 돌며 현장을 살피던 중이었다.
전복된 차량을 발견한 김 의원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위험한 구렁에 직접 몸을 던져 트럭으로 접근했고, 차 안에 갇혀 있던 운전자가 빠져나올 수 있도록 차량 문을 열어 구조를 도왔다.
가족은 게시글에서 당시 상황을 “김철환 의원님께서 위험한 구렁텅이임에도 몸을 던져 아빠 트럭의 문을 열어주셨고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주셨습니다”라고 전했다.
몇 분, 몇십 분이 더 지체됐다면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김 의원의 판단과 행동이 한 시민의 위험한 순간을 넘기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된 셈이다.
| 구조하고 사라진 의원…가족 ‘은인’ 찾아 나섰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자신의 행동을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 구조받은 운전자 가족에게 이름을 내세우지도 않았다.
작성자가 감사한 마음에 “도대체 어떤 분이시기에 이렇게 큰 일을 하셨느냐”고 물었지만, 김 의원은 자신이 시의원이라는 사실만 말했을 뿐 이름조차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가족이 직접 은인을 찾아 나섰다. 성함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가족은 천안시의회 홈페이지까지 들어가 의원들의 얼굴을 찾아봤고, 그제야 자신들의 아버지를 도운 사람이 김철환 의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작성자는 “성함도 안 가르쳐 주셔서 딸인 제가 천안시의회 홈페이지까지 들어와 찾아보고 얼굴을 보고 글을 올린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특히 “인간적으로 큰 일을 하셨다”며 “사람 목숨을 구하셨으니 앞으로도 대성하실 거라 의심치 않는다”고 적었다.
정치인이 자신의 선행을 홍보한 것이 아니라 시민이 정치인을 찾아내 세상에 알린 미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 구난작업 때 다시 나타난 김철환…“어디 다친 데는 없으시냐”
김 의원의 행동은 구조 당시 한 번에 그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차량을 끌어올리는 구난작업이 진행되던 중 김 의원은 다시 자전거를 타고 현장을 찾았다.
그리고 운전자에게 “아직도 차를 못 꺼냈느냐”, “어디 다친 데는 없으시냐”고 물으며 상태를 살폈다고 가족은 전했다.
구조한 뒤 떠났다가 사고 수습이 제대로 됐는지 다시 확인하러 온 것이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어서도, 카메라가 있어서도 아니었다.
가족이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지 않았다면 김 의원의 행동은 동네에서 있었던 작은 미담으로 끝났을 가능성이 크다.
| ‘마의 구간’이라는 사고현장…미담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번 사연은 김철환 의원의 시민구조 미담과 함께 또 하나의 숙제를 천안시에 던지고 있다.
사고차량 구난작업 당시 주변을 오가던 화물차 운전자들이 해당 구간을 차량 전복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이른바 ‘마의 구간’이라고 설명했다는 것.
작성자는 천안시에 안전시설 설치도 요청했다. 그는 “안전 막대라도 설치해 주셔서 더이상의 사고는 없게 추진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번엔 현장을 지나던 시의원이 있었다. 혹 만약에 있을 다음 사고 때도 누군가 우연히 그곳을 지나 구조해 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따라서 천안시는 해당 도로의 사고 이력과 폭, 노견 상태, 추락 위험 등을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방호울타리와 시선유도봉 등 안전시설 설치를 검토해야 한다. 미담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안전정책으로 이어진다면 장기수 시장에게도 시민의 박수가 쏟아지지 않을까.
타파인 포인트 | ‘시민 곁에 있는 정치’가 무엇인지 보여준 순간
시의원은 조례를 만들고 예산을 심의하며 행정을 견제한다. 하지만 지방의원의 출발점은 결국 시민이 살아가는 현장이다.
무더운 날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던 시의원이 사고를 발견했다. 위험한 구렁에 내려가 전복된 트럭의 문을 열었다. 시민이 빠져나오는 것을 확인한 뒤 자신의 이름도 제대로 밝히지 않고 떠났다. 이후 다시 현장을 찾아 운전자가 다치지는 않았는지 살폈다.
정작 그 사실을 세상에 알린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라 구조받은 시민의 가족이었다. 미담에선 화려한 구호도, 카메라도 없었다.
시민 생명 앞에서 먼저 움직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김철환 의원의 이날 행동은 충분히 기억될 만하다.
이제 남은 것은 행정의 몫이다. 한 시의원의 우연한 발견과 용기로 막아낸 사고가 또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이른바 ‘마의 구간’에 대한 현장점검과 안전대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사람을 살린 시의원의 행동이 또 다른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안전정책으로 이어질 때 이번 구조의 의미는 더욱 커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