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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 ‘총체적 난맥’, 전문성보다 충성심 앞세운 인사의 결과 아닌가[사설]

음주측정 거부자 승진부터 인사비리 수사·람천 불법공사·탁수 방류까지
양충모 시장 ‘업무파악’ 이유로 인적쇄신 미뤄선 안 돼

 

남원시 행정이 잇따른 사건과 사고로 흔들리고 있다. 음주측정 거부 공무원의 사무관 승진 파문과 인사비리 수사, 정부의 기관경고와 공무원 징계 요구를 부른 람천 무허가 교량공사에 이어 산내면 대정 공공하수처리시설의 탁수 방류까지 터졌다.

 

각 사건의 발생 시점과 담당 부서는 다르다. 그러나 반복되는 절차 위반과 관리·감독 부실, 책임 회피를 개별 공무원의 실수로만 치부하기에는 사안이 너무 크고 빈번하다. 지난 4년간 남원시의 파격 인사가 전문성과 조직 안정 대신 인사권자에 대한 충성심과 줄 세우기를 부추긴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되짚어볼 때다.

 

| ‘능력 중심’이라던 인사, 기존조직 룰 흔들었나?

 

남원시는 민선 8기 출범이후 나이와 연공서열을 깨는 능력중심 인사를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2023년 1월 324명 규모의 정기인사에서는 6급 공무원 14명이 무보직으로 전환되고 직급과 직렬을 무시했다는 내부 반발이 제기됐다. 공직사회에서 줄 세우기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같은 해 감사원 공익감사에서도 남원시 인사 운영과 관련한 부적정 행정 5건이 확인돼 주의 조치가 내려졌다. 남원시의회가 부당인사 논란을 이유로 공익감사를 청구한 결과였다.

 

연공서열은 반드시 지켜야 할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젊고 능력있는 공무원을 발탁하는 것도 조직 혁신에 필요하다. 그러나 파격 인사가 정당성을 얻으려면 발탁된 사람의 전문성과 업무성과, 조직관리 능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나이와 서열을 깨는 데 그치지 않고 직렬과 경험까지 가볍게 여겼다면, 이는 혁신이 아니라 인사권자의 자의적 선택에 불과하다. 결국 ‘내 사람 심기’라는 의심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

 

| 음주측정 거부자 승진이 남긴 인사 참사

 

남원시 인사 논란은 2024년 음주측정을 거부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6급 공무원이 같은 해 하반기 인사에서 사무관 승진 대상자로 의결되면서 정점에 이르렀다.

 

남원시는 당시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인사했다고 해명했지만 비판이 커지자 뒤늦게 승진 의결을 취소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공무원 수사개시 사실이 인사위원회에 제대로 전달됐는지를 둘러싼 의혹이 불거졌다.

 

경찰은 2025년 6월과 11월 남원시청을 두 차례 압수수색했고, 최경식 전 시장과 인사 담당 공무원 등 5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수사했다. 수사결과 경찰은 2026년 4월 최 전 시장 등 5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송치는 유죄 확정을 뜻하지 않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인사 과정이 강제수사와 형사절차의 대상이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조직의 신뢰는 크게 훼손됐다.

 

더구나 남원시공무원노조는 인사비리 의혹으로 입건된 간부가 국장급으로 승진하자 “측근 중심 인사”라고 비판했다. 조직 내부에서 나온 경고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 람천 불법공사, ‘경험없는 직원’ 탓으로 끝낼 일인가

 

인사의 결과는 결국 행정 현장에서 드러난다. 남원시는 산내면 람천 일대의 불법 시설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은 데 이어 하천점용허가도 받지않고 교량 정비공사를 추진했다.

 

정부합동감사 결과 남원시는 기관경고를 받았고 관련 공무원 6명에 대한 징계 등이 요구됐다. 일부 공무원은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 대상이 됐다. 허가없이 진행된 공사와 철거로 약 2억5000만원의 세금이 낭비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당시 남원시 관계자는 경험이 부족한 직원이 업무를 맡아 행정절차를 놓쳤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 해명은 오히려 인사와 보직 관리의 문제를 드러낸다.

 

경험이 부족한 직원에게 전문 업무를 맡겼다면 결재선에 있는 팀장과 과장, 국장은 무엇을 했는가. 담당자가 절차를 몰랐다면 중간관리자가 바로잡았어야 한다. 부서 전체가 놓쳤다면 인사권자는 왜 전문성을 갖춘 지휘체계를 구성하지 못했는지 답해야 한다.

 

| 탁수 방류 사과한 국장

 

람천에서 무허가 교량공사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대정 공공하수처리시설의 탁수 방류 문제가 불거졌다.

 

남원시는 지난 11일 사회단체 간담회에서 공식 사과하고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 슬러지와 협잡물이 최종 처리수조로 넘어가 탁수가 방류된 사실을 인정했다.

 

대정 처리시설은 하루 처리용량이 130톤이지만 여름철에는 피서객 증가와 불명수 유입 등으로 하루 190~200톤에 가까운 하수가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초과 유입 하수를 인근 시설로 분산 이송하고 유입량을 하루 130~140톤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남원시는 위탁업체에 경고하고 하수관로와 불명수 유입원을 전수 점검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처리시설 증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처리용량 초과가 피서철마다 예상되는 구조적 문제였다면 사후 경고만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번 사태에 침묵하고 있는 함양군도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그렇다고 경남권 주민들이 모든 책임을 남원시에만 돌리는 것 역시 무리다. 다행히 사건 발생 직후 관계기관 간 협의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만큼, 더 이상의 소모적인 지역 논리는 경계해야 한다.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한 안순엽 안전건설국장은 2025년 기획조정실장을 맡았고 2026년 7월 안전건설국장으로 전보됐다. 다만 기획·행정 분야의 주요 보직을 거친 간부를 토목·하천·재난·상하수도 등 기술적 판단이 요구되는 안전건설국 책임자로 배치한 근거는 시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특정 직렬만 해당 국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은 시대에 맞지 않을 수 있다. 행정직 간부도 충분한 경험과 조정 능력이 있다면 기술부서를 지휘할 수 있다. 문제는 직렬을 뛰어넘은 인사에 합당한 전문성 검증과 기술직 보좌체계가 갖춰졌느냐는 점이다.

 

13일 안순엽 남원시 안전건설국장은 타파인이 직렬과 보직 전문성에 관해 묻자 “기획조정실에서 4년간 근무하며 시정 전반과 직렬별 업무 흐름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국장은 람천 오폐수 문제에 대핸 “오랫동안 이어진 구조적 사안”이라며, “영산강유역환경청과 경남 함양군 등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전문용역을 거쳐 앞으로 5년 이내에 국비를 단계적으로 투입해 처리시설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람천과 임천의 오폐수 유입을 막기위해 관련 지방자치단체가 환경감시원을 각각 3명씩 채용해 교차 감시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며, “축산폐수 유입까지 원천 봉쇄하겠다”고 말했다.

 

| 읍·면·동까지 번진 세대·경험 단절

 

파격 인사의 후유증은 본청에만 머물지 않는다. 일부 읍·면·동에서는 젊은 사무관과 오랜 현장 경험을 가진 6급 팀장의 나이 차이가 10년 이상 벌어지면서 조직관리가 원활하지 않다는 주민들의 지적도 나온다.

 

나이가 많다고 반드시 유능한 것도 아니고, 젊다고 경험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읍·면·동장은 주민과 행정을 연결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자리다. 때로는 마을 일을 함께하고 막걸리 한잔을 기울이며 주민의 속내를 듣는 것도 민생을 살피는 행정의 한 방식이다. 적어도 예전에는 시민과 행정 사이에 그런 정과 신뢰가 있었다.

 

조직 장악력과 지역 이해, 행정 경험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승진과 보직을 부여하면서 실무를 책임지는 팀장과 역할 충돌이 발생했다는 것이 일부 시민과 공직자들의 지적이다.

 

한 퇴직 토목직 공무원은 “과거 국장은 집안의 어머니처럼 조직을 살피고 방향을 잡는 자리였다”며, “업무를 모르는 간부는 눈뜬 봉사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기성세대의 불만으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 조직의 세대교체는 필요하지만 경험의 전승까지 끊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이기 때문이다.

 

| 양충모 시장, 더 강도높은 인적 쇄신이 먼저다

 

취임 두 달째를 향해 가는 양충모 남원시장은 겉으로는 큰 마찰없이 시정을 이끌며 순항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민 입장에서는 새 시장이 능력과 전문성을 기준으로 골라 쓸 인재들이 주요 보직에 충분히 포진하지 못한 현실이 서글플 노릇이다.

 

‘인사는 만사’라고 했다. 전임 시정에서 시장의 눈에 띄어 파격적으로 발탁됐거나 인사 논란의 중심에 섰던 공무원들이 현재도 주요 보직에서 활동하고 있다.

 

물론 과거에 승진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능력과 자질을 부정할 수는 없다. 전임 시장 때 발탁됐다는 이유만으로 배제하는 것 역시 또 다른 보복인사가 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잇따른 행정 난맥과 인사 논란에도 기존 지휘체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양충모 시장 역시 그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양 시장 취임 후 첫 인사는 ‘업무 파악’과 조직 안정을 이유로 큰 폭의 교체를 피하며 순탄한 길을 선택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시민이 바라는 안정은 문제를 덮어둔 채 갈등을 피하는 데 있지 않다. 전문성과 책임성을 중심으로 조직을 바로 세우는 일도 더는 미뤄서는 안된다.

 

양 시장에게 무조건적인 물갈이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주요 간부 직렬과 경력, 업무성과, 조직관리 능력을 객관적으로 다시 평가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라는 것이다. 문제가 확인된 인사는 책임을 묻고 능력이 검증된 공무원에게는 전임 시정과의 친소관계를 떠나 기회를 줘야 한다.

 

지금의 순항이 인적 쇄신을 미룬 대가로 얻은 일시적 평온이라면 오래가지 못한다. 시민이 답답해하는 이유는 새 시장의 색깔이 보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반복된 문제를 끊어낼 인사 원칙과 결단이 아직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 사건마다 사과…이제 인사 원칙 공개하라

 

남원시는 2024년 자체감사에서 17개 기관을 대상으로 행정상 처분 320건과 1억762만여원의 재정상 조치, 22건의 신분상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수치다.

 

하지만 자체감사와 사후 징계만으로 무너진 공직기강을 되살릴 수는 없다. 사고가 터진 뒤 담당자를 문책하는 방식보다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에 적합한 사람을 배치하고 결재선 전체가 책임지는 구조를 세우는 것이 먼저다.

 

양충모 시장은 지난 4년간 이뤄진 5급 이상 승진·전보 인사를 전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직렬불부합 보직이 몇 건인지, 인사 판단의 근거는 무엇이었는지, 해당 간부가 관련 업무를 수행할 전문성과 경력을 갖췄는지 살펴야 한다. 필요한 범위에서는 그 기준과 결과를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람천 탁수 방류 문제는 남원시의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에 이어 영산강유역환경청과의 협의를 통해 관련 예산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원시가 답해야 할 질문은 그것만이 아니다.

 

왜 같은 수계에서 불법공사와 탁수 방류가 반복됐는가. 왜 인사 논란이 감사와 경찰 수사로 이어졌는가. 왜 조직 내부에서 줄 세우기와 측근 인사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는가.

 

인사는 시민의 생명과 재산, 세금을 지킬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공적 권한이다. 전문성보다 충성심을 앞세운 인사가 남원시의 총체적 난맥을 불렀다는 의심을 해소하려면 양 시장은 말이 아닌 인사기준 공개와 조직 쇄신으로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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