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곡성·구례·함양=타파인) 김진주 기자 = 남원시의회가 국립의학전문대학원과 국립중앙의료원의 남원연계 유치를 위해 지리산권 지방의회 규합에 나섰다.
정부에 성명서를 전달하는 직접 행동에 이어 전남 곡성·구례와 경남 함양 등 인접지역 의회까지 공동대응 전선을 넓히는 모습이다. 국립의전원 유치를 남원만의 현안이 아닌 전북·전남·경남 지리산권의 의료공백 문제로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곡성·함양·구례 찾아 “의료공백 함께 풀자”
남원시의회는 한명숙 의장과 소태수 부의장, ‘국립중앙의료원 남원이전 촉구 특별위원회’ 김정현 위원장과 오창숙 부위원장 등이 13일부터 14일까지 곡성·함양·구례군의회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방문단은 각 의회에 지리산권의 공공·필수의료 취약 실태를 설명하고 ‘국립의전원 및 국립중앙의료원 남원 연계 유치 성명’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곡성과 구례는 전남 응급의료 취약지로 분류돼 있다. 산악지형과 고령인구 비율, 부족한 의료기반을 고려하면 행정구역을 넘어선 공동 의료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남원시의회의 주장이다.
남원시의회는 이번 순방을 계기로 인접 지방의회들과 공동성명과 정부·국회 건의 등 연대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한명숙 의장은 “국립의전원과 국립중앙의료원의 남원 연계 유치는 지리산권 전체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인접 의회들과 한목소리를 내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말했다.
| 의회 결의서 복지부 방문까지…대응수위 높인 남원
남원시의회의 움직임은 지난달부터 빠르게 이어졌다. 시의회는 지난 7월28일 제282회 임시회에서 ‘필수의료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국립중앙의료원 남원 이전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국립의전원과 국립중앙의료원을 연계한 국가 공공의료 거점을 남원에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어 지난 7일 남원시애향운동본부와 국립의전원유치 남원시민연대가 참여한 공동 연석회의와 결의대회를 열었다. 지난 10일에는 시의원 전원이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를 찾아 공동성명서를 전달하고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불과 일주일 사이 시민사회 결집과 중앙정부 항의 방문, 지리산권 의회 연대가 잇따른 것이다. 남원시의회가 지역 내부의 요구를 광역권 공동의제로 끌어올리기 위해 단계적으로 대응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 8년 기다린 남원…법 통과됐지만 입지는 ‘안갯속’
국립의전원 논의는 지난 2018년 폐교한 서남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시작됐다. 당시 정부와 여당은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해 남원에 공공의료 인력 양성기관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관련 법률안은 의료계 반대와 정치권 이견으로 장기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남원은 그동안 남원의료원 인근에 6만4792㎡ 규모의 예정부지를 정하고 토지 확보 절차를 밟아왔다.
전환점은 올해 4월23일이었다.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운영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8년간 표류했던 국가 공공의료 인력 양성체계의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법률은 국립의전원을 법인으로 설립하고 공공의료에 특화된 교육·연구를 담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률에는 구체적인 설립지역이 명시되지않았다. 법은 통과됐지만 입지와 수련병원, 정원, 개교시기 등 핵심사항은 여전히 정부 결정에 달린 셈이다.
| 불씨 키운 복지부 ‘서울 연계’ 구상
남원지역의 위기감은 지난 7월1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커졌다. 당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립중앙의료원을 국립의전원의 주 수련병원으로 활용하고 의료원 인근에 의전원 부지를 확보하길 희망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서울 중구 방산동 옛 미군 공병단 부지에 776병상 규모의 새 병원을 건립해 2030년 준공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을지로 부지는 공공의료 복합단지와 국립의전원 기반시설로 활용하는 구상이 제시됐다.
남원에서는 이를 국립의전원의 핵심 교육·수련 기능이 서울에 집중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2018년부터 남원 설립을 준비해온 지역 입장에서는 정부가 기존 약속을 뒤집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다만 서울 설립이 정부 방침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당시 공공기관 이전계획과 관련된 ‘복지부의 희망사항’이라는 취지로 선을 그었다. 입지와 운영방식이 결정되지않은 만큼 남원의 대응도 사실상 정부안 확정 전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에 가깝다.
| 남원의 논리…“교육·실습·수련·연구를 지역서”
남원시의회가 제시하는 핵심 논리는 ‘지역완결형 공공의료’다. 국립의전원이 지역·필수·공공의료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기관이라면 이론교육만 지방에서 하고 임상실습과 수련은 서울에서 진행하는 이원화 방식으로는 설립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교육과 실습, 전문의 수련, 연구를 남원을 중심으로 연결하고 남원의료원과 지리산권 의료기관을 교육·수련망으로 묶어야 졸업생의 지역 정착과 의료공백 해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곡성·구례·함양군의회와의 연대도 이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한 행보다. 남원이 전북만의 외곽도시가 아니라 전북·전남·경남을 연결하는 지리산권 공공의료 거점이라는 점을 정부에 각인시키려는 전략이다.
| “성명과 방문만으로 충분한가”…행동 강도 물음표
남원시의회의 연대 행보를 두고 지역사회에서는 환영과 함께 비판적인 시선도 나온다. 제10대 의회가 출범 초기부터 일부 의원의 윤리의식과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의회 전체의 신뢰가 흔들렸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립의전원 문제가 남원의 미래와 직결된 핵심 현안인 데 비해 지금까지의 대응이 건의안 채택과 성명 발표, 관계기관 방문에 치우쳤다는 평가도 있다. 정부를 상대로 한 릴레이 1인 시위나 국회·대통령실 앞 장기투쟁, 시민사회와 연계한 대규모 행동 등 실질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강도 높은 대응은 부족했다는 것.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의회가 말로는 총력투쟁을 외치면서 실제 행동은 일회성 방문과 구호에 머무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지리산권 의회 순방 역시 공동성명이나 기념촬영에 그친다면 정치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남원시의회가 이런 비판을 불식하려면 곡성·구례·함양군의회의 공식 결의안 채택과 공동대책기구 구성, 국회·정부 면담, 범지역 서명운동 등 후속 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의회 내부의 윤리성과 신뢰를 회복하는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대정부 요구에 힘이 실릴 수 있다.
결국 관건은 ‘얼마나 많이 방문했는가’가 아니라 정부 정책을 바꾸기 위해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가다. 국립의전원 유치전은 구호의 크기보다 지속적인 행동과 구체적인 성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타파인 분석|구호넘어 ‘실행가능한 모델’ 보여줘야
남원시의회의 지리산권 연대 전략은 국립의전원 유치 논리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남원만의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라 전북·전남·경남의 의료취약지역을 포괄하는 권역형 공공의료 정책이라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의회 방문과 공동성명만으로 정부의 입지 결정을 바꾸기는 어렵다. 남원시는 학교 부지 확보율과 추가 소요예산, 수련병원 확보방안, 교수진 구성, 학생·교직원 정주대책, 인접지역 의료기관과의 역할 분담을 수치로 제시해야 한다.
곡성·구례·함양과의 연대도 선언을 넘어 지리산권 의료수요 공동조사와 응급환자 이송체계, 필수의료 인력 배치, 공동 수련병원망 구축 등 구체적인 협력안으로 이어져야 한다.
법은 통과됐지만 입지와 운영모델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남원에 남은 시간은 ‘정부가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에 머무르기보다 남원이 왜 국가 공공의료 거점의 최적지인지를 정책과 수치로 증명하는 시간이다.
한명숙 의장은 “국립의전원과 국립중앙의료원의 남원연계 유치는 지리산권 전체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인접 의회들과 한목소리를 내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