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현직 경찰 간부가 교통사고를 낸 뒤 아내를 운전자로 내세웠다가 검찰에 송치된 사건이 9년 전 순창에서 벌어진 최영일 현 순창군수의 ‘운전자 바꿔치기’ 사건을 다시 소환하고 있다. 최영일 순창군수, 이젠 '사실' 마주할 시간...열린순창 상대 1차전 '기각'의 참의미[데스크의 눈]
두 사건은 구체적인 사고 내용과 적용 혐의가 다르다. 그러나 사고를 낸 당사자가 남편이었고, 경찰 앞에는 아내가 운전자로 등장했다는 점에서는 묘하게 닮았다.
특히 2017년 최 군수 사건 당시 경찰이 사고 직후 음주측정을 하지 못했던 사실까지 다시 들여다보면 질문은 한층 무거워진다.
경찰이 당시 현직 도의원이던 최영일 의원을 일반 시민과 똑같은 잣대로 수사했느냐는 것이다.
최근 사건에서 광주 서부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과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광주 북부경찰서 소속 A 경감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감은 지난달 4일 오후 11시쯤 광주 북구 운암동에서 차량을 운전하다 옆 차로 승용차와 충돌해 상대 운전자를 다치게 한 뒤 현장을 벗어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튿날 경찰서에 나타난 운전자는 A 경감이 아니라 그의 아내였다. 경찰은 부부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했고, 사고 이후 운전자 바꿔치기를 모의한 정황을 확인했다. 결국 A 경감은 자신이 운전했다고 인정했다. 경찰은 A 경감을 직위해제했고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다만 사고 발생 후 시간이 지나 A 경감의 사고 당시 음주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시계를 9년 전 순창으로 돌려보자.
당시 전북도의원이던 최영일 현 순창군수는 2017년 12월 21일 오후 10시10분쯤 순창군 쌍치면의 한 도로에서 자신의 차량을 몰다 공사시설물을 들이받았다.
그런데 경찰 앞에서는 현장에 없었던 아내가 운전한 것으로 진술됐다. 당시 연락을 받고 파출소에 온 아내와 마을 이장 역시 최 의원이 운전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이튿날 경찰이 CCTV를 분석하면서 실제 운전자가 최 의원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최 의원을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아내와 이장을 범인도피 혐의로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여기까지 놓고 보면 9년의 시차를 둔 두 사건의 구조는 상당히 닮았다. 그러나 당시 순창 사건에서 더 주목할 대목은 따로 있다.
경찰의 사고 직후 음주측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전북일보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파출소에서 최 의원에 대한 음주측정을 시도했지만 최 의원이 강하게 거부했고, 결국 현장에서 측정하지 못했다.
경찰이 CCTV를 통해 최 의원이 운전한 사실을 확인한 뒤 음주측정을 한 시점은 사고 발생 약 18시간 뒤였다. 당연히 당시 측정에서는 음주 수치가 나오지 않았다.
더구나 당시 경찰 조사에서는 최 의원이 사고 당일 한 행사에서 술을 마신 사실도 확인된 것으로 보도됐다. 그럼에도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확인하지 못하면서 음주운전 여부는 끝내 규명되지 않았다.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최 군수가 당시 음주운전을 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음주운전 혐의가 사법적으로 확인된 것도 아니다.
그러나 경찰의 초동대응이 적절했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다. 당시 경찰은 음주측정을 강제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었다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전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언론에 “내부적으로 초동 대응이 부실함이 없었는지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당시에도 “도의원이라 강제 측정하지 않은 것 아니냐”, “일반인에게도 같은 잣대를 적용했겠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9년이 지난 지금 광주 사건과 나란히 놓으면 이 의문은 다시 살아난다.
광주 사건에서는 경찰이 현직 경찰 간부를 상대로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까지 벌여 아내와의 모의 정황을 확인했고, 도주치상과 범인도피교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 소속 경찰관에 대해서는 직위해제 조치도 이뤄졌다.
반면 2017년 순창에서는 현직 도의원이 사고 뒤 자신이 운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아내와 지인까지 같은 취지의 진술을 했는데도, 가장 중요한 초동 단계에서 음주측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CCTV가 진실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사고 발생 18시간이 지난 뒤였다.
결과적으로 최 의원은 운전자 바꿔치기와 관련한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사고 당시 음주 여부를 확인할 결정적인 시간은 지나가 버렸다.
그래서 지금 다시 묻게 된다. 당시 순창경찰의 초동조치는 정말 적절했나. 최영일 당시 도의원이 평범한 시민이었다면, 음주측정을 강하게 거부했을 때도 경찰은 똑같이 대응했을까.
그렇다고 2026년의 수사방식과 2017년의 수사방식을 단순 비교해 “경찰이 최 의원을 봐줬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디지털 수사기법과 사건 경위, 확보된 증거가 서로 다르기 때문.
현재 확인되는 자료만으로 경찰의 의도적인 봐주기나 외압이 있었다고 입증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봐주기 수사였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만한 초동대응이 있었던 것은 당시 보도를 통해 확인된다.
실제 경찰 내부에서도 초동대응에 부실함이 없었는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단순한 뒷말로 치부하기도 어렵다.
최영일 당시 도의원은 이후 재선까지 성공해 순창군수가 됐다. 당시 경찰이 누구에게나 적용해야 할 엄격한 법의 잣대를 제대로 들이댔다면 과연 지금의 군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겠느냐는 질문도 남는다. 물론 당시 사건과 이후 선거 결과를 직접적인 인과관계로 단정할 수는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모습이다. 과거의 잘못에 대해 군민의 선택으로 다시 기회를 얻었다면, 그 용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더욱 낮은 자세로 군정에 매진하는 것이 선출직 공직자의 도리일 것이다.
한 번 받은 용서를 마치 비판을 막아주는 ‘무기’나 ‘면죄부’처럼 여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재선은 과거를 지워주는 면죄부가 아니라 그만큼 더 무거운 책임을 지라는 군민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순창군의 언론 대응은 더욱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순창군은 군정에 비판적인 보도를 해온 지역신문 ‘열린순창’의 구독을 중단하고 보도자료 제공까지 끊으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 군수 측은 해당 조치가 자신의 직접 결재가 아닌 기획예산실장 전결 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과거의 잘못을 딛고 더 나은 군정을 보여주는 것이 용서에 대한 답이지, 다시 얻은 권력을 비판을 밀어내는 방패로 삼아서는 안 된다. 풀뿌리언론의 비판까지 불편하다는 이유로 멀리한다면 결국 약해지는 것은 언론 한 곳이 아니라 군민의 알 권리와 군정을 감시할 눈이다.
물론 9년 전 교통사고 사건과 현재의 언론 대응은 법적으로도, 사실관계로도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그럼에도 두 장면이 겹쳐 보이는 이유는 하나다.
책임져야 할 순간 최종 책임자가 어떻게 행동했느냐는 문제다. 2017년 사고에서는 아내가 운전자로 등장했다. 2026년 언론대응 논란에서는 ‘실장 전결’이라는 설명이 앞에 섰다.
전결은 행정의 효율성을 위해 권한을 나눠 행사하는 절차이지 지방정부 수장의 정치적·행정적 책임까지 대신 지는 장치는 아니다.
비판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면 반론과 정정보도 청구, 언론중재 절차 등을 통해 바로잡으면 된다. 특정 언론에 대한 보도자료 제공 자체를 끊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재선에 성공했다는 사실 역시 과거 사건에 대한 언론의 검증을 막는 이유가 될 수 없다. 오히려 다시 공직을 맡은 만큼 과거와 현재의 공적 행위에 대해 더 엄격한 검증을 받는 것은 선출직 공직자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광주 경찰 간부의 ‘아내 바꿔치기’ 사건이 9년 전 순창 사건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이유도 결국 아내라는 단어 하나 때문만은 아니다.
경찰은 권력의 크기에 관계없이 같은 잣대를 적용했는가. 그리고 공직자는 문제가 불거졌을 때 자신의 책임을 어떻게 감당했는가.
9년이 지난 지금도 남는 질문은 그것이다. 풍문으로 들었소. 그날 경찰은 최영일 도의원을 정말 평범한 시민과 똑같이 대했는가.
‘봐주기’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당시 경찰 스스로 초동대응의 적정성을 검토하겠다고 했던 만큼, 이제라도 그 질문에 답할 기록은 남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광주 현직 경찰 간부 ‘아내 허위 자수’ 사건 원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