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명나라 3대 영락황제가 가만히 지난날을 생각해보니 참으로 기이하기 그지없었다.
명나라 개국황제 주원장의 24왕자 중 넷째로써 감히 왕좌에 앉을 것도 생각을 못하였는데 43세에 권좌에 오르게 되다니...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 운명이로 구나... 부왕께서 왕좌에 계실 때 “셋째가 왕위를 찬탈할 것이니 멀리 변방에 보내라”하여 주원장은 각 왕자들을 멀리했으나 특히 4째인 연왕을 가장 먼 변방으로 내몰았다.
장남이 병사하자 손자 주윤문을 명의 2대 황제로 즉위시키게 된다. 그리하여 연왕은 변방에서 인고의 세월을 겪던 중 건문제가 대신들과 합세하여 왕자들을 탄압하여 토지를 빼앗고 학대를 하게 되자 도읍인 남경을 함락시키고 제위를 찬탈하여 북경으로 천도하고 14년에 걸쳐 지금까지 유명한 자금성을 완성시킨다.
그가 바로 명나라 3대 영락황제이다. 나의 관상이 어떠한가? 앞으로 남은 운명이 궁금하여 원충철이라는 관상가를 불러 상보사소경이라는 벼슬을 주면서 가까이 있는 대신들과 왕후 그리고 비첩들까지 상을 보게 하였다.
그리하여 일문(一問) 일답(一答)을 통해서 관상을 논하는 문답을 하기 시작했다. 그 문답을 하나하나 풀어 상을 보는 지혜를 밝히고자 한다. “짐이 왕위에 있게 된 것은, 상의 어느 곳으로부터 나타난 것이며, 만백성의 주인이 된 것 또한 상의 어디에서 얻은 것인가? 어려서 부왕의 총애를 받지 못하고 곤고한 연유는 왜 그러한가?”하고 묻자
관상가인 원충철이 대답한다.
“황제께서는 용으로 출생하시고 봉황으로 자라셨으며, 키는6척이고, 얼굴은 크고 허리는 둥글며 걸음걸이는 3척입니다. 또한 소년시절에 곤고한 연유는, 수염이 아직 나지 않은 까닭이며, 지금은 이미 수염이 1척8촌으로 자라서, 용상에 부합되는 연세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이 문답은 곧 용의 상을 갖고 태어났으나 용은 어려서 물속에 숨어 지내는 상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나이가 들면서 용(龍)은 수염이 나듯이 남성의 상징인 수염이 나고서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일화이다.
주역에 잠용물용(潛龍勿用)이라는 구절과 현룡재전(現龍在田) 비룡재천(飛龍在天)이라는 구절이 있다.
어려서는 물속에 있고 어느 정도 자라서는 농사를 짓을 수 있다는 얘기이며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가족을 돌볼 수 있는 역량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룡재천(飛龍在天)은 나는 용이 하늘에 있다는 뜻이며 드디어 세상에 나가 출세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사람의 형태에 따라 때를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