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시 현상

  • 등록 2014.05.01 13: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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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때 세계무역회관 빌딩 위에 솟아오른 검은 연기 속에서 악마의 얼굴을 보았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그림은 카메라에 잡혀 TV에도 나왔다. 새까만 연기 덩어리의 한 곳에 ‘악마’가 붕괴 직전의 빌딩을 내려다 보고 있는 듯한 얼굴 형상이 나타났다.

이것은 연기의 농담(濃淡)이 만들어낸 형상이지만 악마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눈에는 그것이 악마의 눈과 입의 모습으로 보였던 것이다.

얼굴의 이미지는 만들어 내기가 쉽다. 최소 3개의 점만 있으면 얼굴로 보인다. 이 3개의 점을 여러 모양으로 변형시켜 주면 즐거운 표정도 되고 슬픈 표정도 된다.

화성 사진에 사람의 얼굴이 나타났다 해서 화제가 된 일이 있지만 이 역시 햇빛이 만든 그림자가 사람의 얼굴처럼 보인데 지나지 않는다.

자연이나 인공 조형물에서도 얼굴 형상은 발견된다. 유령이나 요괴를 봤다는 사람이 생기는 것도 이 같은 착시 현상(錯視現象)에서 오는 일이 많다.

착시 현상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정차한 객차나 전차에 앉아 있을 때 옆에 서 있던 차가 갑자기 움직이면 자기가 타고 있는 차가 뒤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수직선과 수평선에서도 착시 현상이 생긴다. 같은 길이인데 수평선보다 수직선이 더 길게 보이는 것이다.

화면에서 자동차가 앞으로 가고 있는데 바퀴가 뒤를 향해 돌고 있는 것도 그런 것이다. 내리막에서 차가 거꾸로 올라간다는 제주의 ‘도깨비 도로’나 미국의 그라비티힐도 주위 경관 때문에 생기는 착시 현상이라 한다.

‘로르샤하 테스트’라는 것이 있다. 좌우 대칭을 이룬 무의미한 그림을 보여 주고 ‘무엇으로 보이느냐?’고 물어 그 반응에 따라 사람의 인격을 진단하는 방법이다. 사람은 불확실한 것에 접하면 확실한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곧 그 사람의 지식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반응으로 그 사람의 심층 심리를 엿볼 수 있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실소유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게 ‘로르샤하 테스트’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그들은 도대체 어떤 얼굴의 소유자들일까.

세상은 별로 아름답지 않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으면 쓰레기 더미 위에서도 무지개를 볼 수 있다. 이런 착시 현상은 우리를 더 아름답게 해줄 수도 있으련만 세월호 참사는 믿음 그 자체까지 흔들어버렸다. 이것도 착시 현상인가. /무등일보 주필 김 갑 제
타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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