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고 그름을 단호하게 판단하자

  • 등록 2014.05.15 10: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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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잘재잘 떠들면서 권세에만 빌붙는 자는 종이나 첩과 같다"

조선 시대의 쾌남아 임제(林悌)가 어느날 잔치 집에 갔다 술이 취했다.

신을 신고 문을 나서는데 하인이 곁에서 한 마디 한다. “나으리! 신발을 짝짝이로 신으셨습니다요.

왼 발은 가죽신이고 오른 발엔 나막신인 걸입쇼.” 술 취한 나으리는 끄떡도 않고 말 위로 훌쩍 올라탄다.

“야, 이눔아! 길 왼편에서 보는 자는 저 이가 가죽신을 신었구나 할테구, 길 오른편에서 본 자는 저 이가 나막신을 신었군 할테니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이냐! 어서 가자.”

옳은 말이다. 말 탄 사람의 신발은 한 쪽만 보인다. 짝짝이 신을 신었을 줄은 누구도 짐작 못한다. 저 본 것만 가지고 반대쪽도 그러려니 여긴다.

걸어갈 때야 우습지만 말만 타면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짝짝이 신발도 중간에 말이 놓이고 보면 알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판단은 항상 이 대목에서 문제가 생긴다. 한쪽만 보고 다른 쪽도 으레 그렇겠지 하는 마음, 저 사람이 저 장사해서 돈을 잘 버니 내가 해도 잘 벌겠지 하는 생각, 지금까지 잘 됐으니 앞으로도 문제없겠지 하는 낙관, 이런 것들이 늘 걸림돌이 된다. 막상 말에서 털썩 내려서면 ‘속았구나!’ 하지만 때는 이미 늦는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광주시장 공천도 그렇다. 문제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생기고, 일은 늘 엉뚱한 곳에서 터진다는 속설을 적나라하게 입증 했다.

상황은 광주시민들의 기대대로 되지 않고 자꾸 꼬여만 가더니 결국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히고 말았다.

오만하고 한심하기 그지없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략 공천으로 별의별 논리와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래도 광주시민들 입장에선 그나마 다행이다.

형식적인 경선을 거쳐 선출된 후보가 시장으로 확정되는 관행에서 벗어나 진정한 인물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오랫만에 맞이한 다자구도의 선거를 마냥 기뻐하고 즐길 수만은 없다. 중간에서 냉정히 보고 판단해야 하는 결코 작지않은 어려움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 ‘중간’이란 위치가 참 알기 어렵다는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모두가 지금 제가 서 있는 곳이 중간이라고 생각하고, 남들은 뭐라해도 저만은 옳게 보고 똑바로 본다고 여기는 탓이다. 섣부른 단정과 외골수의 독선, 나 아니면 안 되고 제 생각만 옳다는 과신이 불화를 낳고 불행을 부르지만 누구도 이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과연 중간은 어디인가? 짝짝이 신발이 한 눈에 들어오는 자리, 헛된 약속과 거짓말에 현혹되지 않을 위치, 바로 그 지점은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세상과 사람들 틈에서 어떤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좌표는 어디다 마련할 것인가. 

그것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나만 할 수 있고,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더욱 무거운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언론과 시민단체가 나서야 한다. 광주가 항상 옳고 바른 길을 택할 수 있었던 것은 언제나 이들의 역할이 있었다. 이번에도 진정 정의롭고 깨끗한 인물을 골라내기 위한 후보들의 물샐틈 없는 검증을 곧바로 시작하기 바란다.

끝으로 올곧게 살다간 두 선인의 이야기로 오늘의 글을 마친다. 후보든 유권자든 옳고 그름을 단호하게 판단하고 행동에 옮기라는 의미다.

가깝게 지내던 집안 서숙(庶叔)이 면앙정 송순(宋純)에게 말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재상 중에 죽어 서소문으로 나가는 사람은 봤지만 살아 남대문으로 나가는 사람은 여태 못 보았네.” 벼슬길에 한번 발을 들이면 죽기 전에는 권력을 놓지 않으려 들기에 한 말이었다.

뒤에 송순이 개성유수를 지내다가 고향으로 돌아갈 때 서숙이 강가로 배웅을 나왔다. 송순이 말했다. “제가 이제 제 발로 남대문을 나갑니다.” 그리고는 뚜벅뚜벅 남대문을 나서며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허균(許筠)의 '성옹지소록(惺翁識小錄)'에 나온다. 권력이란 원래 허망한 것. 바르고 깨끗치 못한 후보는 늦어 더 큰 욕을 보기 전에 제 발로 툴툴 털고 걸어나가는 게 맞다는 뜻일 터이다.

정조 때의 성대중(成大中)도 이렇게 말했다. “아등바등 구차하게 먹는 것만 찾는 자는 짐승과 다를 게 없다. 눈을 부릅뜨고 내달리며 이익만 쫓는 자는 도적과 한가지다. 악착같이 사사로움에 힘쓰는 자는 거간꾼과 꼭 같다. 아웅다웅 헐뜯으며 삿된 것만 따르는 자는 도깨비와 진배 없다. 울끈불끈 나대면서 기세만 믿는 자는 오랑캐와 마찬가지다. 재잘재잘 떠들면서 권세에만 빌붙는 자는 종이나 첩과 같다.”

의로운 전라도 사람들이 짐승이나 도적같이 굴어서야 되겠는가? 오랑캐처럼 날뛰고, 첩이나 거간꾼처럼 못된 궁리만 일삼아서야 되겠는가? 이번 선거에서도 반드시 사회정의를 구현해 다시한번 의향(義鄕)의 기개를 온 천하에 보여주자./무등일보 주필 김 갑 제
타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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