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담뱃값이 호주는 1만7천원, 미국 뉴욕은 1만3천원, 영국·노르웨이·프랑스·스웨덴·캐나다 등은 1만원 안팎으로 7천800원에서 1만2천원까지 한다. 우리나라 담뱃값은 2천500원으로 OECD 평균인 7천원에 한참 못 미친다.
국내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 및 부담금은 담배소비세 641원(20개비 당), 지방교육세 321원(담배소비세액의 50%), 폐기물 부담금 7원(20개비 당), 국민건강증진기금 부담금 354원(20개비 당), 부가가치세 10%(227원)이며, 세금과 부담금의 합계액은 1천550원(부가가치세 제외시 1천323원)으로 담배가격의 62%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950원이 제조원가와 유통마진이 된다. 세금이 적지 않은 비중인데 소득을 비교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담뱃값은 남미 등 후진국을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가장 싼 나라에 속한다.
정부가 내년 1월 1일부터 담배가격 2천원 인상을 추진하고, 앞으로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담뱃값이 지속적으로 오를 수 있도록 물가연동제를 도입는 내용을 포함한 ‘종합 금연 대책’을 발표했다. 담배값의 인상은 WHO와 세계은행은 물론 모든 보건의료단체에서 그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전 세계적인 금연 정책이다. 담배에 부과하는 조세를 인상해 금연을 유도하는 가격 정책은 금연 선진국이라 불리는 영국 등 서유럽 국가들과 북미, 호주 등에서 이미 그 효과가 입증됐다.
왜 담배를 피우냐고 물으면 "멋지지 않아요?"’라고 대답하는 청소년과 여성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과거형이다.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선 담배를 피우는 신이 줄었지만, 피우는 장면이 나와도 멋져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흡연이 ‘멋지게 보이는 시대’가 아니고 ‘흡연자는 손해를 보는 시대’다. 공공시설이나 사무실에서도 설 자리가 없고, 담배를 살 때마다 엄청난 세금을 뜯기고, 입과 옷에서는 구린내가 난다. 담배 1개비를 피울 때마다 목숨이 3초씩 줄어가는데, 그래도 태연히 담배 연기를 내뿜어 옆 사람 목숨까지 담보로 잡는다.
사무실에서 쫓겨나 남의 눈치 보며 옥외나 비상계단에서 초조하게 담배를 빨고 있는 골초를 보면 처량해 보인다. 처량한 정도가 아니다. 집에서 의젓한 아빠를 기다릴 부인이나 어린 딸이 보면 저런 아빠의 모습이 얼마나 초라해 보일까 싶다. /윤종채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