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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

인터넷을 통한 중고거래 사기 문제는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니다. 

다양한 플랫폼의 출연으로 중고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사기 피해가 크게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뚜렷한 예방책이나 피해보상은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최대 중고거래 커뮤니티의 다양한 피해사례를 통해 문제점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중고거래 카페에서 사기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A(18)군이 판매자와 주고 받은 메세지/제보자 제공
 
지난 17일 회원수 1700만명에 달하는 유명 인터넷 중고거래 카페에는 다양한 중고 물품 거래를 희망하는 글이 빠르게 게시되고 있었다.

해당 카페 소개 게시물에는 '지난 2003년 12월 개설 후 현재 하루 평균 15만건 이상의 물품을 거래하는 플랫폼'이라고 설명할 정도로 많은 글이 올라왔다.

문제는 사기 피해도 많다는 것.

실제 이날 해당 카페에는 수십여 분 간격으로 중고거래 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A군(18)은 용돈을 모아 제품을 구매하려 했지만 사기를 당했다며 해당 판매자를 주의하라는 글을 올렸다.

A군은 "용돈을 모아 컬링 용품을 구입하기 위해 판매자에게 4만원을 입금했지만 물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판매자에게 수차례 감성에 호소하는 문자를 보내 다행히 4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었지만 찝찝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A군은 “컬링선수를 꿈꾸며 용돈을 모은 돈으로 용품을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판매자에게 문자를 보냈다”며 “다행히 판매자가 ‘꿈을 가지고 장난치고 이런 생각은 없었다’며 돈을 돌려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는 운이 좋았지만 지난 거래에서는 물품비용 1만원을 돌려 받지 못했다”며 “소액이라 포기하고 신고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경북 경주에 거주하는 B(34)씨가 지난 20일 유명 중고거래 카페에 올린 사기 피해 게시글./화면갈무리
 
경북 경주에 거주하는 B(34)씨는 지난 15일께 아기 분유를 구입하기 위해 8만원을 입금했지만 이후 판매자와 연락이 끊어졌다.

B씨는 “처음 사기를 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사기 피해자가 될지 몰랐다”며 “판매자를 그 만큼 믿었지만 돌아온 것은 배신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에도 소액 사기를 당한 경험이 있었지만 시세보다 저렴하게 물건을 살 수 있어 중고거래를 자주하고 있다”며 “좀 더 지켜본 뒤 이번에는 경찰에 신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기 피해를 주장하는 카페 이용자들은 하나 같이 "소액이라는 이유로 쉽게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고를 위한 증거 수집과 신고절차의 번거로움에 비해 금액이 적었던 탓.

하지만 신고를 하더라도 범인을 잡거나 피해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경북 포항에 사는 C씨(43)씨는 지난 13일 해당 카페를 통해 시중가격보다 저렴한 정수기 필터를 구매하기 위해 판매자에게 16만8000원을 입금했다.

하지만 다른 사기피해와 마찬가지로 입금 후 판매자와 연락이 끊어졌다.

결국 C씨는 경찰에 해당 내용을 신고했지만 돈을 돌려받기는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C씨는 “경찰에 신고할 당시 경찰로부터 ‘인터넷 중고거래사이트의 게시글 가운데 70~80%가 사기지만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해 놀랬다”며 “시세보다 저렴하다는 것 때문에 아무런 의심 없이 카페를 처음 이용했지만 앞으로는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나중에 알고 보니 상당수 지인들도 이미 중고거래 사기를 당했고 심지어 거액을 사기 당한 사람도 있었다”며 “경찰에서 수사를 하더라도 소액의 경우 돈을 돌려 받지 못한다는 말을 들어 거의 포기 상태다”고 전했다.

신고를 위한 증거수집도 본인이 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또 다른 피해자인 D(21)씨는 “카페에서 거래 사기를 당해 운영진에 신고 했는데 증거가 부족하다며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처럼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더라도 증거부족 등으로 처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피해액이 소액일 경우 피해자들이 쉽게 포기하는 경향을 보였다.

중고거래 사기꾼들은 이런 피해자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렵게 증거를 수집해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더라도 피해자에게 피해금액을 돌려주는 조건으로 고소취하를 요구한다.

이들은 고소를 한 사람에게만 이런 제안을 하고 고소를 취하해야만 피해금액을 주는 수법으로 사기행각을 이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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