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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국가식품클러스터, "마스터 플랜 누가 훔쳤나?"

성공할 수도 있었던 청사진을 반쪽으로 가위질
정부와 지자체는 핑퐁게임만

지난 18일 국무조정실 국무총리 비서실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가식품클러스터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날 김현수 농식품부 차관, 김송일 전북도 행정부지사, 정헌율 익산시장, 이춘석 국회의원, 윤태진 국가식품클러스터지원센터 이사장, 김재호 한국식품연구원 본부장과 박남주 풀무원식품(주) 대표, 양성준 하림식품(주) 이사 등 입주예정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 사진=국가식품클러스터 지원센터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 정부와 지자체들의 외면으로 실패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정부가 해당 국책사업 종합계획안을 발표한 뒤에서야 사업타당성을 검토하는 등 부실한 사전검토로 인해 사업자체를 '날조'한 것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2년 농림축산식품부는 ‘국가식품클러스터(푸드폴리스) 종합계획안’을 발표했다.

종합 계획안에는 현재 조성된 식품전문산업단지(푸드사이언스파크)와 함께 대규모 배후복합도시(푸드시티)를 조성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FoodPolis(Food+Polis)’라는 국가식품클러스터의 네이밍이 무색하게도 Polis(배후복합도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반쪽짜리 혈세사업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근로자의 정주여건은 기업 활동에 있어 최우선 검토대상이다.

성격상 사업추진 단계부터 식품전문산업단지와 배후복합도시를 분리하거나 한쪽만 진행할 수 없는 것이다.

더욱 황당한 일은 배후복합도시의 사업주체인 전라북도와 지자체가 ‘배후복합도시’의 존재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종합계획안을 살펴보면 국가식품클러스터, 일명 `푸드폴리스(FoodPolis)`는 당초 총358만㎡규모로 기업·연구소가 입주하는 식품전문산업단지(푸드사이언스파크) 232만㎡와, 주거·상업·교육·식품문화시설 등 126만㎡의 배후복합도시(푸드시티)가 결합한 형태인 ‘한국형 식품산업문화도시’로 병행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특히 배후복합도시(푸드시티)는 입주근로자, 외국인 등에 우선공급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선진형 정주환경 조성계획의 일환으로 식품특성화고와 대학 및 외국인 초중고 각1개 유치와 함께 한옥단지, 타운하우스, 식품문화시설(전시·체험관, 박물관, 컨벤션센터), 식품테마공원 등을 갖춘 축제형 식품도시로 글로벌 수준의 명품자족주거단지 조성을 예고했다.

이와 함께 기업 유치 시 교육·문화여건을 갖춘 최상의 정주여건제공을 적극 홍보에 활용하며 배후복합도시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전라북도와 익산시가 ‘배후복합도시 조성본부’를 구성·운영하고, 구체적인 토지이용방안(토지이용계획안)과 조성기간을 2012년부터 2016년까지로 발표했다.
농림축산식품부(당시 농림수산식품부)가 2012년 발표한 국가식품클러스터 종합계획안의 푸드폴리스 토지이용계획안
이 같은 계획을 현재 식품클러스터에 입주한 기업 유치에 활용했다면 이는 정부와 지자체가 기업을 상대로 과대광고, 혹은 ‘사기’를 벌인 것과 같다.

업계 전문가는 “식품전문산업단지와 배후복합도시가 함께 진행되었다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을 것이다”며 “만약 100%민간투자 사업이었다면, 실패가 불 보듯 뻔한 반쪽사업을 진행 하지 않았겠지만, 아마도 국책사업이라서 가능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사업 검토 단계에서 배후복합도시의 위치선정이 부적절 했기 때문에 사업이 추진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자세한 것은 지자체에서 알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말 그대로 ‘계획은 계획일 뿐이다’라는 무책임한 답변으로 일관하는 전라북도 관계자에게 재차 해당 내용을 확인했지만 “당시 해당 업무를 담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배후복합도시 내용은 잘 알지 못한다”며 “익산시에 문의를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전했다.

수천억원의 혈세사업을 담당하는 공무원의 답변으로 보기 어려운 해명이었다.

‘배후복합도시 조성본부’ 존재조차 모르고 있는 익산시 관계자는 “당시 배후복합도시 사업타당성이 맞지 않았다”고 밝혔다.

식품전문산업단지의 정주환경을 위한 배후복합도시에 대해 사업타당성을 언급하는 것은 결국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실패를 예견했던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충분한 사전검토 없이 종합계획안을 발표했다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현재 핵심 인프라인 6개 기업지원시설 외에 추가로 ‘소스산업화센터’에 예산 70억원이 투입됐고, ‘농식품 원재료 중계·공급센터’에 195억원, ‘기능성식품제형센터’에 176억원이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마땅히 기업유치를 위해, 기업지원시설 및 인프라에 지원과 투자를 해야 맞지만 근본적인 체질개선 없는 혈세 투입은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수익구조를 부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네덜란드 푸드밸리, 덴마크·스웨덴 외레순, 미국 나파밸리,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 등 해외 성공사례를 롤모델로 첨단 식품산업의 메카, 동북아를 넘어 세계식품시장의 허브를 꿈꿨지만 잡풀만 무성한 국가식품클러스터.

반쪽짜리 사업으로 공장가동 가속화를 추진하겠다는 정부입장과 달리 반응 없는 기업들.

지금의 국가식품클러스터의 부실은 무관심한 정부와 지자체가 키웠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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