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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승련사 밀교의 유적

 

남원에서 암각화 하면 대부분 선사시대 유적으로 보고된 대산면 대곡리 봉화대 암각화를 떠올린다. 그런데 남원 산동면 식련리 식련마을 연화산 아래 고려 시대 금강사로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승련사 서북쪽 바위 면에 선각 된 암각화 즉, 도상(圖像)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승련사의 기록은 목은 이색이 지은 「동문선」 제72권 승련사기에 기록되어 있는데 ‘남원부 동북방 30리에 만행산의 금강사라는 옛 절에 송광사 16국사인 홍혜국사가 이곳에 수행하고 졸암선사가 승련사로 고쳤다’고 기록하고 있다. 졸암선사는 사찰을 조성하는데 무려 36년을 불사하고 승련사로 사명을 바꾸고 여러 고승들이 주석하였으나 1799년 편찬된 「범우고」에 ‘승련사가 폐사됐다’는 기록만 남아있다. 이후 오랜 세월동안 폐찰되었다가 1980년대 재건·중창한 대한불교 조계종 소속 비구니 사찰로 비구승들의 참선과 수행 사찰이다.

승련사 산신각 뒤로 길이 10m 정도의 바위가 있는데 바위 모양이 마치 기차와 같다 하여 오래전부터 주변 마을 사람들에게는 기차 바위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 기차바위 남서쪽 사면 2개의 바위 면에 언뜻 보면 사람이 앉아있는 모습 같기도 하고 때론 문양을 형상화한 것 같은 2점의 도상이 새겨져 있고 또 다른 바위 면에는 ‘옴마니밧메훔’으로 보이는 각자도 확인되는데 이 도상에 대한 정확한 명칭을 두고 학계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단지 이 암각화가 밀교(密敎: 비밀불교, 진언밀교라 하며 부처의 깨달음을 직설적으로 은밀하게 표출시킨 대승불교의 한 종파)에 의해 새겨진 우주의 이치를 상징화하고 극락 만다라의 세계를 표현했다는 주장과 깨달음의 최고 경지를 공으로 형상화하고 안쪽에 부처님의 모습을 형상화했다는 이론에는 대부분 수긍하는 모습이다. 밀교는 고려 시대에 매우 관심이 높고 깊었다고 하며 이러한 도상의 흔적은 오대산 상원사 적멸보궁에 세워진 비석 뒷면과 대구 비슬산 대견사 선당 옆 암굴입구의 바위 면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3곳에서 같은 형상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

희귀성으로 따지면 이미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호받아야 할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 도상을 통해 우리나라 밀교를 연구하는 데 있어 중요할 뿐만 아니라 당시 불교 수행의 또 다른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로 학술적으로 매우 귀중한 자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