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1 (토)

  • 구름많음동두천 15.0℃
  • 구름많음강릉 17.1℃
  • 구름많음서울 15.3℃
  • 구름많음대전 14.3℃
  • 맑음대구 13.0℃
  • 맑음울산 16.4℃
  • 맑음광주 16.5℃
  • 맑음부산 16.5℃
  • 맑음고창 15.2℃
  • 맑음제주 15.7℃
  • 맑음강화 15.9℃
  • 흐림보은 10.1℃
  • 맑음금산 11.8℃
  • 맑음강진군 12.4℃
  • 맑음경주시 10.2℃
  • 맑음거제 16.8℃
기상청 제공
메뉴

앞 밤재에 ‘외적침략길 불망비’ 건립

 

정유재란 당시 왜적이 전남 구례를 거쳐 전북 남원으로 침략해 왔던 진출로에 불망비(不忘碑)가 세워졌다.

불망비는 어떠한 사실을 후세 사람들이 잊지 않도록 기록하여 세우는 비석이다.

남원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는 남원시 주천면 배덕리와 구례군 산동면 계척리의 경계인 도계능선 밤재(앞밤재·옛19번 국도 고개 정상)에 ‘왜적침략길 불망비’를 건립하고 10일 오후 2시 제막식 행사를 가졌다.

기념사업회에 따르면 밤재는 정유재란, 동학농민혁명, 일제식민시대의 아픔과 한국전쟁 당시 지리산의 고통까지 고스란히 스며있는 고개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밤재는 역사의 고비마다 이 땅의 애환, 특히 일본과의 악연이 뿌리 깊은 장소”라며 “과거를 잊지 않고 이곳을 민족의 답사와 성찰, 다짐의 자리로 만들기 위해 불망비를 건립했다”고 밝혔다.

<왜적침략길 불망비 전문>

극일(克日)과 평화(平和)의 새로운 다짐을 위하여

임진년(1592) 침략으로도 모자라 왜적 통치자는 정유년(1597)에 재침을 명하였고 다시 악귀가 된 왜적은 빼앗고, 불사르고, 베고, 찌르며 섬진강을 거슬러 올라 구례를 거쳐 남쪽으로 보이는 원촌에 이르렀다.

여기, 밤재(栗峙)를 가운데로 동쪽의 숙성재와 서쪽의 둔산재를 짓밟고 넘은 침략군은 북쪽으로 보이는 남원성을 포위 공격하여 민·관을 비롯한 조·명 연합군 1만여 명을 도륙하였다. 당년 추석 전후의 일이다. 살인귀 왜적은 코베기와 노예화를 위한 인질 포획을 시도했으나 살아 있는 생명은 없었다. 약탈, 겁간, 방화, 살육의 잔재만 남았을 뿐이었다.

갑오년(1894)에도 일본군은 동학농민군의 토벌군이 되어 토끼몰이를 하면서 북에서 남으로 이 고개를 넘었을 것이다. 을사늑약(1905), 경술국치(1910)로 우리나라와 민족을 집어삼킨 일제는 이 고개를 약탈과 지배의 수단인 신작로로 만들었다.

왜적 일본에 대처하지 못한 우리 조상들의 잘못이 작지 않다. 그러나 전쟁을 비롯한 모든 침략 행위는 용서 받을 수 없는 죄악이면서 하늘을 칼질하는 인류 최악의 범죄다. 그런데도 일본은 단한가지, 단한번의 공식적인 반성이나 사과는 고사하고 옛 침략의 환상 속에 또 다른 침략의 칼날을 갈고 있다. 이에 일본을 극복하지 않은 한 우리에게 평화는 영원히 있을 수 없음을 되새기고, 성찰과 실천을 다짐하기 위해 더럽고 잔혹한 왜적 침략의 족적이 찍혀 있는 이 자리에 일본이 있는 동쪽을 향해 이 석비를 세운다.

정유재란 7주갑 2017년 9월 26일

남 원 시·구 례 군

남원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