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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교룡의 여의주를 숨긴 신계리 마애불상 이야기

 

남원은 역사적으로 군사적 요충지일 뿐만 아니라 풍수적으로도 길지에 속하여 왔다.

남원이라는 지명과 신라 때 소경의 위치에 있었음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한 문화의 흔적은 지금도 여러 곳에 남아있다.

남원의 주산은 백공산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주인 역할을 많이 한 것은 교룡산이다. 그곳에 성을 쌓고 남원을 방비해온 지난날의 이야기 속에 당시 사람들의 흔적이 많이 보인 것을 생각해보면 실제적으로 활용된 주산으로서의 존재성이 크다 할 것이다.

교룡산의 주인은 교룡이다.

교룡은 때를 기다리는 전설의 용이다.

교룡산의 두 봉우리는 용의 눈이다. 그 교룡산 건너편에 풍악산이 있고 그곳에 마애불이 있다.

그 마애불은 이렇다 할 이야기 하나 가지지 못한 채 사람들의 대중적인 눈을 피해 자리해오고 있다.

누구라도 처음 본 순간 무언가 모를 것에 끌려 눈을 떼지 못할 만큼 아름답고 조형미가 넘쳐난다.

그곳은 남원 신계리 마애불상이다.

그 불상은 왜 길손마저 들기 어려운 이곳에 자리했을까?

신계리 마애불 자리는 교룡산에 사는 교룡의 여의주가 있는 곳이다.

교룡은 승천의 때를 기다리는 용이다.

교룡이 승천하면 수많은 물고기를 거느리며 하늘을 난다. 교룡의 상징은 현자에 버금가는 난세를 구할 큰 지도자이며 그를 따르는 물고기는 백성의 표현이다.

교룡의 힘은 여의주를 입에 넣을 때 나오는데 교룡은 여의주를 입에 넣을 때를 기다리는 용이다.

남원 교룡의 여의주는 멀리서 단단해지고 있었고 그 자리는 대산면의 신계리 풍악산 아래에 있었다.

교룡산의 두 봉우리가 두 눈이니 교룡의 입이 대산면을 향하고 그 입의 건너편인 풍악산 아래에 여의주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도선국사는 그 자리에 부처를 모셨다.

교룡이 여의주를 물고 때를 만나 날아가 버리면 남쪽의 근원인 남원의 기가 쇠해져서 나라의 큰 길지를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신계마애불에는 절을 짓지 않았다.

절을 지으면 중생들이 찾아오고 그러면 교룡에게 여의주가 발견되기 때문이었다.

이후 아무도 모르게 부처를 모신 교룡의 신계리 여의주는 부처의 힘에 눌려 빛을 발하지 못하고 교룡에 발견되지 않게 되었다.

신계리 마애불은 불자 신도 만 명이 차례로 찾아와 남원 백성의 태평을 기원하는 날 교룡은 비로소 이곳의 여의주를 입에 물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도선국사의 예언을 가졌다.

여의주를 품은 신계리 마애불의 기운은 넘쳐서 교룡산 아래 만복사의 철불에 들었고 사람들은 만복사의 철불이 남원에 사는 만 명의 백성을 지켜준다고 믿었다.

조선정유년에 왜군이 남원성을 공격했다.

대군의 군사로도 쉽게 정복하지 못하고 있던 남원성 전투 중에 왜군은 만복사 철불과 교룡산의 교룡이 남원을 지켜준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왜군은 만복사 철불을 끌어냈다. 그리고는 남원성 밖에서 목에 쇠줄을 묶어 이리저리 끌고 다녔다. 이를 지켜본 성안의 병사와 백성들은 큰 두려움을 가졌다.

왜군이 심리전을 폈던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의 뿌리를 가진 신계리 마애불은 순국한 만 명의 영혼을 위로하고 있다.

 

신계리 마애불과 죽순 이야기

남원 고을을 지켜주던 용이 살았다. 그 용은 여의주와 뿔이 없는 교룡이었다.

교룡은 평소에는 백성을 잘 돌보고 침략자들을 격퇴해주는 수호자로서 자신의 고을을 잘 지켜주지만 여의주를 입에 물면 뿔이 나고 황룡이 되어 승천해 버린다.

남원 고을 사람들은 교룡이 자손만대로 자신들의 고을을 지켜주기를 바라며 승천하지 못하도록 풍악산 아래에 있는 여의주 바위를 보이지 않도록 땅속에 숨겼다. 그리고는 그곳에 대나무를 심지 못하게 했다.

죽순이 땅속에 숨어있는 여의주 바위를 밀어 올리면 용이 보고 입에 넣어 승천해버리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좋은 땅을 찾아다니던 도사가 이곳을 지나다가 기운이 범상치 않음을 느끼고 잠시 기도를 하고는 사라졌다.

그 도사는 나중에 다시 이곳을 찾아오기 위해서 대나무 지팡이를 그곳에 꽂아두었다. 그 대나무 지팡이는 살아서 번창했고 몇 년 후에는 많은 죽순이 올라오면서 땅속에 숨어 있던 여의주 바위를 밀어 올렸다.

고을 사람들은 황급히 도선국사를 찾아가 대책을 물었고 그 여의주 바위를 반으로 잘라 부처를 모시라는 답을 들었다.

사람들이 그 바위에 부처를 모신 후 교룡은 승천하지 않고 어려운 시기마다 남원 고을을 지켜왔다.

그래서 지금도 그곳에는 대나무가 없고 해마다 이맘때면 죽순 공양을 올리던 풍습도 생겨났다.

남원 풍악산 아래에 전해오던 이러한 이야기는 신계리 마애불의 보호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