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시는 2006년도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된 이후 매년 시민들에게 다양한 평생학습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데 특히 문해교육(한글)이 인기다. 어린 시절 가정환경 탓에 배움의 기회를 놓쳤던 어르신들이 그 주인공들인데 각 마을 경로당 마다 배움의 열기가 뜨겁다. 남원뉴스는 창간 1주년을 맞아 문해교육이 가지는 의미와 성과를 짚어 봤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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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차를 타고 꾸역꾸역 찾아가 문을 두드린 대상마을회관 경로당.
그리 좁은 방은 아니지만 10여분이 조금 넘는 할머니들이 모인 탓에 방은 꽉 차 보였다.
대상마을 경로당을 찾은 것은 이곳에 한글을 배우는 어르신들 중 최고령 할머니가 계시다는 말 때문이다. 그런데 최고령(91세) 할머니는 마침 이날 교육에 참석하지 못하셔서 한 살이 적다는 90세 박월단 할머니를 뵐 수 있었다.
“할머니, 오가며 다니시는데 불편하지 않으세요?”
“뭘, 요즘은 날씨가 추워, 여기오면 이것저것 재밌어”
구부정한 허리에 세월의 연륜이 물씬 묻어났지만 아직 정정하신지 연필을 쥔 손에는 힘이 넘쳐났다.
경로당에 모인 할머니들은 밥상에, 바닥에 그렇게 엎드려서 나눠준 종이위에 연필로 기억(ㄱ), 니은(ㄴ)을 쓰시고 계셨다. 보는 사람이야 너무나 쉬어 보였지만 할머니들이 쓰시는 폼은 무척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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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월단 할머니는 한글공부도 좋지만 함께 모여 얘기하고 노래와 율동을 배우는 것이 더 마음에 드신 듯 했다.
한글공부에 대한 자랑은 옆자리에 계신 정목순(80) 할머니가 더 극성이셨다.
“한글을 배우니까 어디 찾아다니기가 좋아. 차타는데도 좋고. 우리 어렸을 때는 누가 공부나 시켜줬가니. 먹고살기도 어려운데”
이곳 대상마을 경로당 한글학당에는 평소 15∼20여명의 어르신들이 한글교육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박월단 할머니를 비롯해 모두 고령의 어르신들인데 참여율로 따지면 순위에 들어가는 열성적인 한글학당 중 하나라고 한다.
이곳에서 한글을 가르치고 있는 양복남 선생님은 “산동면 한글학당은 한글 기초부터 남원시의 역사와 문화, 예술까지 다양하게 가르치고, 어르신들의 연령대를 고려해 율동과 노래로 풀어서 학습자의 논 높이에 맞춰 진행하는 까닭에 학습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한글을 배우니 차 타기가 쉬워”
문해교육 전문인력양성 현장투입
올해 29개소서 495명에게 교육
2009년 초등학교 1~2학년 수준 1개 과정 30명으로 시작한 남원시 성인문해교육은 2012년도에 전라북도 지자체 중에서는 유일하게 교육부 지정 지역거점기관으로 선정됐다.
이후 문해교육이 도 공모사업이 되면서 부터는 꾸준하게 사업을 성장시켜 현재는 남원시노인복지관, 산내여성농업인센터, 산동지역아동센터, 소망의 문, 남원시민평생교육원, 남원사회복지관,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스마일빌 등 민간기관까지 문해교육 프로그램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남원시에는 일제강점기 1930년대와 40년대에 출생한 어르신들 중 한글을 모르는 사람은 약 5,000여명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는 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문해교육 전문인력 양성과정을 개설하고 36명의 문해교원을 양성, 2015년말부터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남원시는 지난해 12개 면․동 마을회관과 경로당 30개소에서 찾아가는 한글학당을 확대 운영해 360여명의 어르신들에게 문해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다.
올해는 13개 면․동 마을회관과 경로당 등 28개소에서(29개 과정 403명) 한글학당을 신청했다. 지난해 대비 1개 면 43명이 추가돼 숨은 학습자를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남원지역 전체 문해교육은 평생학습관과 노인복지관, 읍면동 한글학당을 통합하면 29개소 495명에 이른다.
성인문해교육은 다양한 성과를 맺고 있는데 2012년부터 시작한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매년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으며, 2016년에는 교육부가 주최하고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전북도가 주관하는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도내 최다(5명) 수상자를 내기도 했다.
또한 남원시 평생학습관 성인문해교육은 검정고시 특별반을 운영해 2012년 4명, 2013년 3명, 2014년 3명, 2015년 7명, 2016년 3명 등 총 20명이 합격하는 결실을 맺기도 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나오는 기자 뒤로 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엎드려서 하려니 불편해, 탁자 좀 구해와봐” 웃음이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