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은 '어머니의 산'이라 불리울만큼 아름답고 웅장한 산세에 포근함이 느껴지는 산이다.
지리산을 대표하는 천왕봉·반야봉·노고단의 3봉 가운데 반야봉과 노고단사이, 칠선계곡·문수계곡과 함께 지리산 3대 계곡 가운데 하나인 심원계곡 부근에 위치한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심원마을은 지리산의 가장 깊은 오지(해발 750m)에 자리잡은 마을이다.
'하늘 아래 첫동네'라고 불리는 곳으로, 한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마을로 잘 알려져 있다. 성삼재를 지나 남원 쪽으로 내려가는 길, 곧 제1만복대와 제2만복대를 잇는 능선의 중간쯤에 있으며, 약 6㎞ 정도 더 내려가면 달궁마을이다.
마을이 고지대이다보니 여름철엔 모기도 없고, 마을 복판으로 흐르는 계곡물은 한여름에도 발 담그기가 어려울 정도로 차가워 냉장고가 필요없을 정도라고 한다. 대신 겨울은 읍내보다 한 달쯤 빨리 찾아온다.
심원계곡 주변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조선 고종 때인 1800년대 후반. 약초를 캐고 토종벌을 치는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형성돼 한때는 100가구로 불어나기도 했다. 1950년 한국전쟁 때 무인지대로 변했다가 1958년 이후 다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해 현재는 20가구가 주로 민박집과 음식점을 운영하며 살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심원마을 20가구를 주민 동의를 받아 내년까지 보상 이주시키고 이 지역 일대를 다른 보호구역과 연계해 지리산을 대표하는 핵심 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조성한다고 밝혔다.
공단은 주민 이주가 끝나면 2016년부터 복원공사를 시작할 예정인데 심원마을이 자연생태계로 복원되면 반야봉(1천732m), 노고단(1천507m), 만복대(1천438m)를 꼭짓점으로 하는 18㎢는 사실상 출입이 통제된다.
올 여름 휴가철 특별한 계획이 없다면 멋진 산세와 광대한 절경을 볼 수 있는 지리산, 하늘과 맞닿은 심원마을에 가서 스무가지 이상의 온갖 나물들이 한 상 가득 나오는 산채정식을 맛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또 닭의 살을 발라내어 양념에 반나절 이상 재운뒤 석쇠에 초벌구이 한 것을 돌판에 구워먹는 지리산 토종 숯불 닭갈비와 약초를 넣어 만든 토종닭 백숙도 별미다. 산채, 토종닭, 흑돼지 삼겹살 등 뭘 먹든 일단 지리산의 정기가 한 몫 하니 세상 어떤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을 것이다./무등일보 논설위원 윤 종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