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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걸을 해야 사과하는 대통령은 필요치 않다."












지난달 29일은 세월호 침몰 참사가 벌어진지 2주일이 되는 날로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의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어쩐지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그것도 대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담화형식이 아닌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것이어서 진정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솔직히 박 대통령이 사과를 하려했으면 사고 다음날인 지난 지난달 17일 진도를 방문했을 때, 했어야 옳다.

이웃 간에 사소한 다툼에도 화애의 타이밍을 놓치게 되면 상호간 상당기간 동안 서먹해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사고 발생 하루 만인 지난달 17일 진도 현지를 방문했을 때, "구조작업이 잘못되면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물러나야 한다"는 취지의 말 외에는 사과를 하지 않았다. 즉 자연스럽게 사과할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그래서 '늑장사과'라는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진정성까지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고를 대하는 박 대통령의 형태를 놓고 외신들은 '냉정한 독재자의 딸'이라고 보도하고 있을 정도다.

사과에는 특별한 형식이 필요치 않다. 사과를 해야 하는 사람과 받을 사람이 서로 소통하면 되는 것이다.

옛 말에 웃는 얼굴에 침을 뱉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참뜻은 진정으로 웃음을 띠면 아무리 화가 난 사람도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더 이상 나무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하면 진심어린 마음으로 사죄를 할 경우 상대방이 사죄하는 이의 마음을  읽어,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무회의에서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으로 탑승객을 뒤로한 채 선원들과 함께 속옷차림으로 선박을 탈출한 세월호 선장 등을 단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등 이번 사건을 선장과 선원, 그리고 선사와 선주에게 책임을 지우려는 듯 한 발언을 했다.

즉 정부 책임론에서 박 대통령이 가장 먼저 탈출을 시도 한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어 지난달 27일 정홍원 국무총리 자진사퇴 발표에도 성난 민심이 진정되지 않자 어쩔 수 없이 국민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사과하는 모양새로까지 비쳐졌다.

지난달 29일도 마찬가지였다. 사과를 먼저하고 분향소를 찾는 게 순서였다. 아니면 분향소에서 유족들과 대화를 할 때, 사과는 물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 모든 조취를 취하겠다는 다짐을 했어야 맞다.

언급했듯이 사과와 사죄에는 형식이 따로 없다. 마음에서 진정으로 우러나오는 자신의 생각을 상대에게 전달하게 되면 상대 또한 어느 정도는 수긍을 하게 되는 것이다.

희생자를 비롯해 실종자, 그리고 살아남은 모든 피해자와 국민들은 박 대통령에게 사고에 대한 '직접책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로지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호'를 제대로 운전하지 못한 '간접책임'에 대해 사과를 하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한 국가의 수장으로서 무엇이 그렇게 힘들어서,대형 사고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는지 우리는 묻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윤창중 성추문 사태와 기초연금 대선 공약 파기 논란, 국정원의 간첩 증거조작 사건 때에도 대국민 사과 형식이 아닌 국무회의에서 '간접 사과'를 했다.

한마디로 독선적이며 오만한 '지도자상'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특히 새누리당 정권의 국가기관 대선 불법 개입 의혹 등 집권 이후 불거진 각종 난맥상에도 고개를 숙인 적은 없다.

그래서 사과하는 시늉만 하고 있다는 질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결국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온통 절망에 빠뜨린 최악의 재난사고에도 피해당사자인 국민들이 '애걸을 해야만 사과를 하는' 첫 번째 지도자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는 남 탓만하는 대통령, 용서하지 않겠다는 대통령,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는 대통령, 회초리만 보여주는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다.

남 탓하지 않는 대통령, 용서와 화해가 우선인 대통령, 당근과 회초리를 적절하게 구사하는 대통령, 따뜻한 이미지를 가진 대통령을 원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단원고 교감선생의 숭고한 진실을 조금만이라도 이해하고 본받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다소나마 위로 받을 수 있다.

우리가 애걸해야 사과하는 대통령은 더 이상 필요치 않다. /전주일보 발행인= 신영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