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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마을 남원 사매면 사매초등학교(교장 박영수)는 전체 학생수가 24명이다. 이 시골 학교에 다니는 송수연(10) 어린이가 춘향제 씨름대회에서 화재가 됐다.
수연이네 가족은 사매면 대율리에서 오리농장을 하는 부모님과 중학교를 다니는 언니, 초등학교 6학년 오빠가 있다.
단란한 가정에서 예쁘게만 자란 수연이가 씨름대회에 참가하게 된 것은 씨름대회 참가를 독려하기 위해 사매초등학교를 방문한 남원시씨름협회 김민수 이사 때문이다.
학교 대항별 단체전은 5전 3선승제이기 때문에 선수가 5명이어야 하지만 학교에서 씨름에 소질이 있는 학생은 3명뿐이었다.
수연이는 씨름대회를 일주일 남겨두고 김 이사에게 샅바 잡는 법과 기초적인 기술을 배우고 또 배웠다. 실력은 어찌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학교 대표라는 생각에 자긍심만은 한껏 높았다.
인솔 교사 정대혁 선생은 학교 이름을 걸고 출전하는 첫 대회라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지만, 수연이를 비롯한 최정수(6학년), 형권희(4학년) 학생은 “한명이라도 이기자”며 전의를 불태웠다.
씨름의 특성상 샅바만 잡을 줄 안다고 상대 선수를 이긴다는 건 불가능하다.
대회 당일 수연이네 팀은 1승(형권희) 2패로 기권패를 당했다.
3명이 모두 이겨야만 가능했던 이날 경기는 사실상 무모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이날 수연이의 씨름판 위 투지는 관중들에게 큰 화재가 됐다.
수연이는 체구도 크고 학년도 훨씬 높은 남학생을 상대로 만났다. 기술을 걸었지만 상대편은 오히려 수연이를 몰아붙였다. 안간힘을 쓰며 버티는 수연이를 보며 관중들은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결국 기술과 힘에 눌리고 말았다. 수연이는 상대 선수와 악수를 하고 내려와 엉엉 울었다. 이날 인솔 교사에게 들은 얘긴 이랬다. "수연이가 지기 싫어했다"는 것이다.
씨름은 지기 싫어도 기술과 힘에 밀리면 질 수밖에 없는 경기다. 그런데 수연이는 경기에 진 것이 분했다고 한다. 학교 대항전에서 패한 수연이는 개인전에도 출전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상대 선수는 덩치 큰 남자아이였다.
남원민속씨름대회에선 보기드문 광경을 연출한 수연이는 지고도 승자가 받는 큰 박수를 받았다.
정대혁 교사는 학교소식란에 “비록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3명의 학생은 포기하지 않는 끈질김,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스포츠맨십을 보여줘 관중들의 많은 박수와 응원을 받았다”고 후기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