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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어머니들

100세 시대에는 60세에 은퇴한다. 은퇴 후 40년을 멋진 '인생 2막'을 준비한다. 하지만 오늘 주인공들은 '은퇴'라는 말은 들어는 보았지만, 한 번도 은퇴를 걱정하거나 준비할 새도 없이 자식들 뒷바라지에 시댁 식구 등을 챙기기에 청춘을 바쳤다.

▲ 박복순 어머니
▲ 박복순 어머니

남원시 동충동 박복순(여 69) 할머니의 사연은 지난 5일 '2015년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시상식이 열린 서울 코엑스 무대에서 밝혀졌다.

박 할머니의 출품작 '꿈꾸는 새색시'는 심사위원들의 눈시울을 적시며, 당당히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어린나이에 시집을 와 꿈이란 말도 모르고 살았다. 그저 히히낙낙 아이들과 남편만을 바라보고 밥하고 설거지하고 살림만이 나의 전부였다. 꽃다운 서른나이에 훌쩍 가버린 당신. 애들이나 다 키우고가지, 원망도 많이 했지만 이젠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보고픔 대신 시작한 한글공부, 이제 시작하지만 열여덟 꿈꾸는 새색시 모양, 설레임은 어쩔수 없다.'

당시 먹고 살기 힘들어 은퇴라는 걸 모르고 살았던 어머니.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배움의 기회도 얻지 못했던 우리내 어머니들.

"꽃다운 17살에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결혼해 남편을 만나 1남1녀의 가정을 이뤘지만 남편은 결혼 14년만에 세상을 등지고 남편을 원망하는 마음은 없지만 꼬부랑 할머니가 돼 지난 날을 생각하니 구구한 내 인생이 서글펐다"는 박 할머니.

박 할머니 출품작 '꿈꾸는 새색시'는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 한글을 배우면서 자신의 묻어둔이야기를 소재로 시를 완성한 싯기 한 구절 한 구절에 69년의 세월이 스며들어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 김금순 어머니

까막눈으로 인생을 살았지만 남원시 평생교육원을 만나면서 한글을 배우고 셈을 배우면서 세상이 밝아졌다는 김금순 어머니.

남원시 동충동에서 2남1녀를 출가시키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는 김씨(66)는 전남 장흥 바닷가 근처에서 태어나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단지 먹고 살기 바빠 공부할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씨는 남원으로 시집와서 남편 뒷바라지에 자식들까지 훌륭하게 키워냈다. 하지만 김씨에겐 한글을 모른다는 말 못 할 고민이 있었다.

3년전부터 남몰래 남원 평생교육원 프로그램을 통해 한글을 배우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는 김씨는 한글을 배우면서 한가지 버릇이 생겼다.

거리를 걸으면서 식당에 가서도 아들의 차를 타고 가면서 간판에 쓰여 있는 글자를 소리내어 읽는다.

이번에 출품한 김씨의 작품속에서도 한글을 배우면서 겪었던 수업시간을 다뤘다.

김씨의 출품작 '이루어져가는 나의 꿈'은 어린아이가 처음 학교에 입학하면서 한글을 배우면서 생길 수 있는 순수한 일상을 담아 우수상을 받았다.

'식당에 가면 음식 사진만 본다 이름 쓰라고 할까봐 동사무소에 가기도 무서웠다 은행에 가면 직원에게 인사를  두 세 번은 해야 한다 이젠 식당에 가면 메뉴판을 먼저 본다 동사무소나 은행에도 척척 들어간다 큰소리가 절로 나온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평생 이루지 못 할 줄만 알았던 꿈이 내 눈 앞에 와 있다 산수 때문에 선생님과 같이 부둥켜 안고 울었던 시간들 이젠 칭찬으로 되받는다 한글 쓰기만 남았다 아직도 자꾸만 틀리는 받아쓰기 올해는 꼭 백점을 받아보리라'

김씨는 "심봉사에서 눈을 뜨는 것인데 얼마나 감동이여~"라면서 "지금은 부러울 것이 없다"고 남은 100세 시대를 힘차게 준비할 각오를 다진다.

우리시대 진정한 어머니의 표상 , 박복순·김금순 어머니는 "멍청한 우리들을 교육한 평생교육원 선생님들이 고맙다"며 스승에 대한 예를 표했다.

남원시 평생교육원 김남주 지도 교사는 "배운 한글을 자꾸 틀리자 속상하다며 눈물을 보이는 나이 지긋한 학생부터 산수가 어렵다며 수업시간에 가슴을 치며 통곡하는 어머니들과 함께 많이 울었다"며 "때늦은 한글 공부로 꿈을 키워가는 모습을 보면 마치 어린 소녀의 심성으로 돌아간 듯 보여 보람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남원시는 100세 시대를 맞아 2006년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된 뒤 시민에게 다양한 학습 기회 제공을 비롯해 학습 욕구 충족, 여가 활용, 취업 연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평생학습도시'는 개인의 자아실현, 사회적 통합 증진, 경제적 경쟁력을 높여 삶의 질 제고와 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학습을 즐길 수 있는 학습 공동체 건설을 도모하는 도시 재구조화 운동이다.

그동안 남원시는 성인문해 교육을 확대하면서 2012년부터 4년 연속 교육부 공모 지원사업에 전북지역 거점기관으로 선정돼 매년 국비 2,000만원을 지원받고 있다.

또한 전북도 평생교육진흥 공모사업에서도 '문해교육사 양성과정' 및 '문해, 위풍당당 삶을 노래하다'가 선정돼 1,300만원을 추가 확보하면서 각 마을로 찾아가는 '문해교육'을 실시해 '비문해자 제로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남원시 평생학습관에서는 시민들의 평생학습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해 자격증 취득과정, 창·취업 준비과정, 인문교양, 문화·예술 과정을 운영해 일자리 창출 및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성인문해 5개반을 비롯해 커피 바리스타, 캘리그래피, 자수, 산야초와 건강, 통기타반 등 11강좌에 240여명이 수강했다. 하반기에는 교육부 공모 성인문해교육 프로그램과 전북도 평생교육진흥 프로그램 ‘문해교원 3급 자격증’ 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읍면동 8개소에 설치된 자치사랑방과 7개소 평생학습센터에서 지역에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