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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세상에 배고픔을 면하는 것이 가장 큰 복이다.
그러나 우리조상들은 그것은 하늘과 사람의 합이 들어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사람은 자연의 틈에 끼여 있는지라 계절을 따라 열심히 달려가지 않으면 배고픔이 찾아온다.
그러나 일 년 살이 중에도 어느 순간 멈출 때가 있고 그때는 쌀은 떨어지고 보리는 나오지 않은 요즘이다.
이맘때쯤이면 집안에 먹을거리가 바닥난다.
들판에는 아직 설익은 보리가 있을 뿐이다.
보릿고개의 철이다.
그런데 보릿고개에 굶어죽었다는 사람은 없다. 배고파 고생은 했어도 아사하지 않은 것은 이 시기를 자연의 적응기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보릿고개는 자연이 사람을 적응시키는 훈련기간이다.
여름에 쌀이 떨어져야 보리를 먹을 수 있고, 보리는 여름철에 먹어야 하는 음식이다.
일 년 내내 음과 양의 일상적인 기운을 쌀과 보리로 얻어 사는 시절에 보리는 여름에 먹었던 음식이었다.
그러한 주식이었던 쌀과 보리의 무 존재 공간이 요즈음의 한 달간이었다.
이 시기에 사람들은 주로 거친 것을 먹고 지냈다.
칡뿌리, 소나무생키, 나물밥, 푸성귀 같은 거친 음식은 몸을 자연과 적응시키는 매개체가 되었다.
그래서 “보릿고개 겪은 아이들이 더 건강하게 잘 큰다”는 속담이 생겨났다.
산으로 들로 다녀야 먹을 것을 찾아냈던 보릿고개로 인해 흉년에 살아남을 먹거리 종류도 학습되었다.
많은 산나물 음식은 보릿고개 때 생겨났고 사람들은 그 기억을 두고 입맛이 없을 때 되살려 먹었다.
사람살이는 자연과 적응해 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 자신의 경계가 설정되고 평생을 그 안에서 가두어둔다.
보릿고개도 없어지고 자연도 사람에게서 멀어지고 있다. 그 모두가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우둔한 자연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