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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현상은 신기루(蜃氣樓)였다












신기루의 사전적 의미는 광학(光學)에서, 빛이 밀도가 서로 다른 공기층에서 굴절함으로써 멀리 있는 물체가 거짓으로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지난 대선 때부터 우리 곁에 나타난 안철수 현상은 결국 신기루와 같은 우리들 마음속 환상으로 결론지어지는 것 같아 착잡한 마음 그지없다.

지난 대선 때, 우리는 새정치를 외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다소나마 희망적으로 보았다. 그리고 우리는 그를 소리쳐 지지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때에도, 새정치연합을 창당할 때에도, 기초선거 무공천을 약속할 때에도, 그리고 민주당과의 합당 선언에도 우리는 그에게 하염없는 신뢰를 보냈다.

다소 현실과 다른 생각이나 정책, 그리고 엇박자 행보를 지켜보면서도 우리는 그에게 우리의 자존과 미래를 한 점 의혹 없는 깨끗한 마음으로 함께했다.

그는 합당의 명분으로 무능한 민주당을 변화시켜, 국민들과 함께하는 새로운 국민정당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는 새정치 실현의 첫 단추로 오는 6.4지방선거에서 기초선거 무공천을 내세웠다.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은 지난 대선 때, 안철수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모두가 당선 후 기초선거 무공천을 실현하겠다는 공약이었다.

그러한 이유로 그는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하는 차원에서 선거 유불리를 떠나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기초선거 무공천을 합당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다. 물론 당 내외의 논란은 있었지만 다수의 국민들은 새정치연합의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환영하고 나섰다. 반면 새누리당은 당초 약속과는 달리 기초선거에 자당 후보를 공천키로 결정했다.

오히려 위헌 운운하며 안철수의 무공천 약속을 비아냥 거렸다. 상당수 야당 지지자들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게임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무공천 철회를 요구했다.

결국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는 당원과 국민들에게 기초선거 무공천 여부를 공개적으로 물은 후 그 결과에 따라 공천여부를 결정했다.

즉각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은 안철수 공동대표의 한계를 보여주는 정치 코미디, 즉 아마추어리즘의 진수를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 체제를 크게 폄하했다.

특히 호남의 유권자와 정치 입지자들은 맨붕 상태에 빠졌다. 당의 공천을 받지 않고 무소속 후보로 선거를 준비 해 온 수많은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30여년 만에 양당 후보들의 경쟁을 지켜보며 투표 할 수 있는 기회를 사실상 놓쳐버린 유권자들이 더 큰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호남 유권자들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합당으로 지역정서상 사실상의 참정권을 또다시 빼앗겨 버린 것으로 간주해도 무방할 정도로 특정정당의 텃밭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를 비난하기는커녕, 오히려 정당의 중차대한 사안을 당원과 국민의 의견을 존중해 준, 역사 이래 정당 최초의 민주적 리더십을 보여준 사례라며 그들을 치켜세웠다.

당연히 가장 합리적인, 누구나 납득 할 수 있는, 상식적인 공천을 기대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기초단체장과 광역단체장 선발기준이 다를 뿐만 아니라 밀실에서 계파 나눠 먹기식 공천을 자행하고 있다.

한마디로 새정치는커녕, 구태정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유권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특히 호남 유권자들은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듯한 기분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밥먹듯 뒤집는 안철수식 정치에 큰 배반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어떤 이는 술자리에서 “새정치를 하겠다며 정계에 첫발을 내디딘 안철수 의원의 교활함에 속은 것 같다”고 단언할 정도다.

실제로 옛 민주당 공천으로 두 번씩이나 당선돼 전국 최고의 자치단체로 만든 유능한 전주시장 예비후보를 과거의 전력을 문제삼아 공천 부적격자로 지목했다고 한다.

솔직히 지방선거는 성직자를 선출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의 유능한 일꾼을 뽑는 것이다. 그럼에도 수년전에 ‘하자의 치유’를 통해 지역민들로부터 선택과 검증을 거친 유력 예비후보를 공천 부적격자로 분류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일반적 상식에도 어긋난다.

우리는 지금 진도 앞바다 세월호 참사 슬픔에 이어 안철수 현상 또한 신기루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참으로 슬프고 비통한 마음이다. /발행인겸 편집국장 신 영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