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에 보내는 편지
소성호 (50·용산구새마을금고 상무) 소주, 맥주, 막걸리... 나에겐 많은 친구들이 있지만 어느새 중년이 되어버린 나를 변함없이 지켜주는 친구가 있다. 바로 막걸리다. 남원 막걸리. 잘 있겠지? 내가 막걸리를 처음 만나게 된 건 시골집 마루였던 것 같다. 그때 난 술이란 단어에 대해 잘 몰랐다. 아버지 친구분들이 오시면 항상 막걸리가 특별손님으로 와 있었던 것 같다. 그때는 무심히 지나쳤는데 막걸리가 함께한 자리는 항상 기분이 좋아 보였다. 왜 그럴까 하는 궁금증이 커갔는데, 몇 해가 지나고 드디어 막걸리를 만날 기회가 생겼다. 농번기 때 들에 나간 부모님께서 새참 심부름을 시킨거야. 동네 구판장에서 막걸리를 주전자에 한가득 담아 논두렁을 걸어가는데 그만 한 모금 꼴깍 한 것이 막걸리와의 운명적인 만남이 됐다. 그 후로 난 심부름하는 것이 좋았다. 막걸리를 다시 만난 건 중학교 졸업때인 것 같다. 졸업 기념으로 동네 친구들과 뒷산에서 야영을 했다. 텐트도 준비하고, 캠프파이어도 준비하고, 밥도 해먹고 즐겁게 놀았다. 근데 몇몇 친구들이 막걸리를 초대했다. 어른들이 없는 곳에서 한번 마셔보자는 것인데 정말 즐거웠다. 난 그때 알았다. 아버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