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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오늘 저와 200만 전북도민들은 대통령님께 큰 절을 올립니다" 지난 2007년 17대 대선에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에게 당시 김완주 전북지사가 보낸 편지 첫 구절이다.
'충성편지'로 이름 붙여진 이 편지는 중앙정부가 새만금종합실천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자 김완주 전북지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일종의 사신(私信)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지방정부 수장이 대통령에게 자신의 마음을 담아 보낸 서신으로,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당시 도민들은 김 지사가 굴욕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전북도민의 자존심을 송두리째 손상시킨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크게 반발했다. 또 민주당 민생정치모임 의원들은 "당이 이명박 정권을 반민주, 반민생 정권으로 규정하고 사생결단의 투쟁을 하고 있는 시점에
정권 측에 용비어천가를 진상하는 것은 심각한 배신행위로 간주한다"며 김 지사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A4용지 석장반 분량의 편지에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새만금종합계약안이 기쁨과 희망을 안겨줬습니다." "도민들은 대통령님의 훈풍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모두가 대통령님의 배려덕분입니다."라고 적었다.
당시 이 소식을 접한 도민들은 "김 지사의 새만금사업 추진에 대한 열정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군주시대에나 있을 법한 충성서약, 즉 용비어천가가 떠오른다" 식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었다.
특히 '오는 저와 200만 전북도민들은 대통령님께 큰 절을 올립니다'라는 표현은 매우 굴욕적인 내용으로 도민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안겨주었다.
자존심이란 남에게 굽히지 않고 스스로의 가치나 품위를 지키려는 마음으로, 금전이나 기타의 물리적방법으로 평가할 수 없다. 그래서 사람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던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정치민주연합 김승수 전주시장 후보는 지난 20일 오후 전주방송(JTV)후보 토론회에서 김 지사의 '총성편지'에 대해 "당시 새만금 신공항과 신항만 등의 사업 추진을 위해 편지를 쓸 수 밖에 없었다"며 자신은 지역을 위해서라면 무릎도 꿇고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으로 충성편지를 옹호했다.
매우 충격적이다. 섬뜩하기도 했다. 왜냐면 그의 답변이 '좋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소리로 들리기 때문이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 할 수 없다'는 생각과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의 소신에 찬 답변을 확대해석해보면 향후 전주시장에 당선되면 지역을 위해서라면 전주시민의 자존심과는 무관하게, 아니 짓밟아서라도 사업추진을 강행하겠다는 오만과 독선으로 비쳐진다. 1950년 5월, 광주시민들은 목숨을 걸고 총칼을 든 군사독재와 맞서며 광주를 사수했다.
당시 광주시민들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지킨 것은 자신들의 안위와 영달이 아니라 그 어떤 가치로도 환산할 수 없는 '광주의 자존심'을 수호한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는 광주를 '민주성지'로 부르고 있다.
전북 또한 동학혁명을 이끈 동학정신의 성지다. 언제든 불의 앞에서는 단호하게 맞서 당당하게 싸워왔다. 그러나 전북은 군사독재 정권의 노골적인 차별과 정치적 이유로 국가의 변방으로 전락되고 말았다.
여기에 새정치민주연합 김완주지사가 이끈 지난 16년 동안(전주시장 8년, 도지사 8년)에 전북은 쇠락을 길을 걸었다.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등 모든 부문이 꼴지에서 맴돈다. 인구는 줄고, 경제는 축소됐다. 주민끼리는 갈등과 반목, 분쟁, 대립, 불신 등의 후진국 형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반면에 전시행정, 즉 이벤트 행정만은 전국 최고로 자리매김 됐다. 그들은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는 장밋빛 MOU(양해각서) 행정으로 도민과 시민을 마음껏 유린했다.
이를 비판하고 견제해야할 의회는 같은 당 소속이라는 이유로 숨을 죽였으며 옳고 그름을 따져줘야 하는 지역 언론 또한 자본의 벽에 가로막혀 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그나마 존재하고 있는 것도 그들의 기득권을 지켜주며(?) 힘겹게 숨을 쉬고 있는 형편이다.
당연히 도민들의 삶의 질은 핍박해졌다. 패배주의가 판을친다. 반면에 특정정당의 일부 패거리 정치인들만 살을 찌우고 있다. 이번 선거 또한 그 연장선에 있다. 그들만의 리그이며 잔치인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일당독주 시대를 여과 없이 받아들인 전북의 유권자들이 만들어낸 유산이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땀을 흘린자만이 휴식의 달콘함을 즐길 수 있다. 지금은 유권자혁명이 요구되는 시대다. 이제 그때가 온 것이다./전주일보=발행인 신영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