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원=타파인) 김진주 기자 = 국악의 고장 남원은 오랜 세월 예술의 향기가 살아 숨 쉬는 도시다.
국악인 안숙선, 배우 오정해를 비롯해 수많은 예술인을 배출했으며,
춘향제 선발대회를 통해 다양한 문화 인재들이 세상으로 나아갔다.
국립국악원, 국악의 성지, 춘향문화예술회관 등 공연 인프라도 풍부하다.
남원은 이미 ‘예향(藝鄕)’이라 불릴 만한 예술의 도시다.
이곳은 예술인들의 마지막 안식처이기도 하다.
고(故) 전유성 씨가 생의 마지막까지 머물렀고,
음유시인 고(故) 이동원 씨 또한 남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1984년 기타콩쿠르 대상 수상자 고(故) 김규태 씨 역시 남원이 고향이다.

예술과 함께 숨 쉬는 남원,
그 도시 한가운데 작은 무대가 다시 빛을 밝힌다.
바로 남원 구도심의 문화예술공간 카페 ‘샤모니’다.
지난 2014년 문을 연 샤모니는 단순한 카페가 아니다.
코로나 이전까지 매월 ‘달거리 공연’을 이어오며
60회 이상의 공연을 기록한 남원의 대표 소규모 공연장이다.
공연이 있는 날에만 문을 여는 독특한 방식으로,
이곳에서는
해바라기·이정선·임지훈·소리새 등 1980년대 포크계의 거장들이 무대를 꾸몄다.
이 공간을 운영하는 이동기 대표는 본업이 농협 직원이지만,
음악에 대한 진심으로 ‘샤모니’를 지켜왔다.
벽면을 가득 채운 LP판과 오래된 오디오 시스템,
그리고 수많은 뮤지션의 흔적은 그가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인지를 보여준다.

코로나 이후 멈췄던 샤모니의 무대가 다시 열린다.
그 이유는 특별하다.
이 대표는 고(故) 전유성 씨를 추모하며
“그분이 이루지 못한 무대를 이어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뜻에 가수 임지훈 씨가 함께했다.
술자리에서의 “형, 힘 한번 보태줄게”라는 약속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이번 공연에는 전유성 씨의 유족도 초청돼 고인을 기리는 무대가 될 예정이다.

공연은 오는 11월 15일(토) 저녁 6시, 카페 샤모니에서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된다.
임지훈의 어쿠스틱 기타 선율과 잿빛 감성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깊어가는 가을밤을 물들일 것이다.
이동기 대표는 “조명은 오직 무대만을 비출 것”이라며 “작지만 진한 감동의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가수 임지훈은 지난 1984년 산울림 김창완과 ‘꾸러기’로 데뷔한 뒤,
1987년 솔로로 전향해 ‘사랑의 썰물’, ‘회상’, ‘그댈 잊었나’, ‘내 그리운 나라’ 등 수많은 명곡으로 사랑받았다.
특히 1집 앨범 「사랑의 썰물」은 100만 장 이상이 판매되며
한국 포크 음악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는 최근 아들 임현식(BTOB)과 함께한 40주년 앨범 「크레용」을 통해
세대를 잇는 음악적 유대를 선보였으며,
일본에서는 신인으로 다시 서며 ‘기억의 시간(記憶の時間)’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번 남원 공연의 좌석은 단 77석.
임지훈은 “행운의 숫자 77, 그만큼 소중한 분들과 진심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광한루 뒤편, 사랑의 도시 남원.
예술인들의 숨결이 남은 공간 ‘샤모니’에서,
임지훈의 노래와 함께 가을의 밤이 깊어갈 예정이다.
카페 샤모니
전북자치도 남원시 남문로 436, 3층
공연 문의: 010-8494-77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