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남원시장 선거는 지역 정치사에 오래 남을 부끄러운 사건으로 기록됐다.
선거 막판,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조직 관계자가 직접 남원까지 내려와
SNS에서 당원 간의 비판과 내부 문제 제기를 ‘해당행위’로 규정하고,
평생을 지켜온 평당원들의 쓴소리를 ‘제명’으로 차단했던 일은
민주정당의 기본 정신을 스스로 부정한 행위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공정경선은 사라졌고,
비판 대신 충성만이 살아남는 폐쇄적 당문화가 굳어졌다.
당원은 침묵을 강요당했고, 시민은 정치에 냉소했다.
결국 검증 없이 선거를 치러야 했다.
한 전 당원의 회상은 그때의 상처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번엔 지켜볼 것이다.
그때처럼 당하거나 후회하지 않고,
엮으로 그런 악질 해당행위자들을 끝까지 심판할 각오다.”
이 절규는 단지 한 개인의 분노가 아니다.
정당의 주인인 당원과 시민의 목소리가 봉쇄된 정치,
그 부끄러운 기억에 대한 지역민의 집단적 회한이다.
남원 시민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
“결국 너도 그자들과 같은 족속이냐, 아니냐.”
이 한 문장은 지금 남원 정치의 본질을 꿰뚫는 가장 냉정한 질문이다.
그 물음은 특정 정당이나 인물을 향한 것이 아니라,
지역 정치 전반에 대한 시민의 마지막 경고이기도 하다.
누구나 ‘개혁’을 말하지만,
정작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 또한 과거의 부패한 정치와 다를 바 없다.
이제 남원 정치의 복원은 단 하나의 길로 수렴된다.
바로 깨끗한 경선, 투명한 검증, 시민 앞에 열린 정치다.
당내 경쟁은 공정해야 하고,
비판은 두려움 없이 존중받아야 하며,
소통은 권력의 도구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본질이어야 한다.
공정한 검증과 투명한 절차 없이 만들어진 공천은
시민의 신뢰를 잃고,
이젠 곧장 민심의 심판대에 오를 것이다.
이번 선거는 단순히
정당 간의 대결이 아니다.
썩은 정치와의 결별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그 악순환에
다시 편승하느냐를 가르는 도덕적 시험대다.
남원 정치의 오점은 결코 한 시절의 실수가 아니다.
비판을 ‘해당행위’로 몰고,
쓴소리를 ‘반당행위’로 억누르던 문화가
결국 지역의 정치적 다양성을 질식시켰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정당은 권력의 울타리가 아니라,
시민의 의견이 자유롭게 오가는
민주적 광장이어야 한다.
공정한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당만이
진정한 시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남원은 이미 알고 있다.
정치가
국민의 눈을 마주할 때 비로소 바로 섰다는 것을.
이번 선거가 그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해당행위”로 입을 막던 시대는 끝났다.
남원의 정치가 다시 시민의 손에 돌아올 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다.